우주의 별이 된 동물들 – 의왕천문소식

　얼마 전 개봉해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에 아주 특이한 캐릭터가 하나 등장했다. (실은 이전 영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비중은 이번에 제일 컸다.) ‘코스모’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강아지 캐릭터의 대사를 들어보면 역사 속 아주 유명한 강아지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라이카’. 우주의 별이 된 최초의 포유류였다.

　인류가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이 존재했다. 미지의 공간이던 우주에 사람이 올라갔을 때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나서기 전, 테스트가 필요했다. 우주에 생명체가 나갔을 때 문제가 없을지 확인하기 위해 각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로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라이카뿐만 아니라 어떤 동물들이 우주에 올라 별이 되었는지 짧게나마 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도록 하자.

앨버트 2세

　‘얼마나 올라가야 우주 공간에 도달했다고 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보통 카르만 라인이라 불리는 해발고도 100km 정도의 위치를 넘는 비행이라고 말하게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초로 우주 공간에 올라간 생명체는 1947년 발사된 초파리일 것이다. 이러한 곤충을 제외하고 카르만 라인을 넘어선 동물은 1949년 미국의 V2로켓에 실려 발사된 히말라야 원숭이인 앨버트 2세가 처음일 것이다. V2로켓은 앨버트 2세를 134km가 넘는 고도로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착륙 과정에서 캡슐의 낙하산에 고장이 생겨 앨버트 2세는 생존하지 못했다. 사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앨버트라는 이름은 ‘2세’만 있지 않았다. 1년 먼저 앨버트 1세라는 이름의 원숭이가 로켓에 탑승했으나 도중에 질식사하였고 앨버트 3세는 로켓 폭발로, 앨버트 4세는 2세와 같이 낙하산 문제로 사망하고 만다. 앨버트 원숭이들의 희생으로 얻은 무중력, 방사선 관련 문제의 데이터는 다음 동물들을 준비시키는 것에 사용되었다.

V2로켓의 모형. 나치 독일이 개발했던 탄도미사일이었으나 전쟁 후 미국이 우주 개발용으로 개량하여 사용하였다.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제공하는 등 활약했으나 앨버트 원숭이들 이후 동물 비행에 사용하지 않았다.

데지크와 찌간

　미국이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를 선택했다면 소련은 개를 우주 환경 테스트의 중심 동물로 선택했다. 다른 동물들보다 훈련이 쉽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는데 그 중 떠돌이 개를 집중 타겟으로 삼았다. 이렇게 선정된 개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았는데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하는 원심분리기 훈련도 진행되었으며 20일 가까이 좁은 공간에 홀로 있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모든 훈련을 마치고 우주에 최초로 날아간 강아지는 1951년 우주로 향한 데지크와 찌간이었다. 다행히도 비행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두 강아지는 캡슐 속에 살아 있었으며 다친 곳 조차 없었다. 하지만 몇 주 뒤 진행된 두 번째 비행에서는 운이 좋지 못했다. 곧바로 두 번째 비행에 나선 데지크는 낙하산 이상으로 인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에 비해 찌간은 소련의 물리학자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삶을 살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라이카

　미국의 앨버트 원숭이들이나 소련의 데지크, 찌간 이후로 많은 동물이 우주로 향했다. 그중에는 성공적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고 안타까운 실패로 사라진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비행은 준궤도 비행으로 우주를 잠시 찍고 오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하여 소련은 동물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그 우주 캡슐에 탑승하게 된 동물은 역시나 강아지로 모스크바의 길 잃은 떠돌이 개였던 ‘라이카’가 선정되었다. 역시나 힘든 훈련을 마친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하게 된다. 소련이 최초로 우주에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 성공한 지 한 달 만인 1957년 11월 3일, 우주로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 비행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당시 소련의 기술로는 애초에 캡슐을 귀환시킬 방법이 없었다. 라이카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이다.

　소련 연구진은 궤도 비행을 하던 라이카에게 독약이 든 음식을 먹여 안락사시킬 예정이었다. 그리고 1957년에는 실제로 라이카가 안락사되었고 비행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02년, 당시 발사에 참여한 과학자 드미트리 말라센코프의 증언에 의해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발사 당시 단열제의 문제 때문에 캡슐 내부가 40도가 넘는 온도가 되었으며 장비 이상으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7시간 정도만에 질식사했다는 것이다. 소련은 미국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성과를 부풀려 발표하였고 이 때문에 라이카의 안타까운 죽음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밝혀지게 된 것이다.

펠리세트

　프랑스는 미국이나 소련에 비해 우주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드골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진행된 우주개발은 ‘동물비행’까지 진행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보내지 않은 동물인 고양이를 선택한 프랑스 연구진은 14마리의 길고양이를 잡아와 훈련시켰다. 정을 줄까 봐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은 이 고양이 무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한 마리가 우주선에 탑승했다. 그리고 그 비행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돌아온 이름 없는 고양이에게 드디어 이름이 붙었다. 인기 만화 캐릭터였던 펠릭스의 여성형 이름인 ‘펠리세트’로 불린 고양이는 그 끝이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우주에서 귀환한 펠리세트의 뇌 연구를 위해 지구 귀환 3개월 정도 후에 안락사를 시킨 것이다. (뇌 실험 도중 펠리세트의 몸 상태가 악화된 것이 컸다.)

2020년. 프랑스의 국제우주대학에 펠리세트의 동상이 세워졌다. 60년이 지나서야 펠리세트의 이름이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간 이전에 동물을 통한 실험을 진행한다는 생각은 우주 분야에서만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야에서 동물 실험을 통해 인류에 이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물 실험 윤리가 만들어지면서 과거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실험이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진행되었던 실험에 의해 죽어간 동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희생을 돌이킬 순 없겠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소개한 동물들 이외에 정말 많은 동물이 성공과 실패라는 이름표가 붙어 우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희생이 지금 우리의 눈부신 우주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먼저 별이 된 동물들에게 감사를 표해본다. 그들이 있었기에 영광의 순간이 존재할 수 있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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