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새벽의 여신이 드리운 천상의 커튼 이야기

 국립전파연구원의 우주전파센터에는 예, 경보 알림 서비스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주전파센터에서 무엇을 알릴 일이 있길래 이런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일까. 최근 이 알림 서비스에서 무수히 많은 문자를 내보내고 있는 걸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실 이 알림 서비스는 우주적인 재난문자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지구에서 부는 태풍, 지진, 화산보다 훨씬 거대한 스케일로 날아드는 태양의 영향력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5월 11일에 있었던 예,경보 알림 문자


 마침 우리나라 시간 5월 11일, 이 예보 시스템에서 무수히 많은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양에서 발생한 거대한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 매우 강력한 지자기폭풍을 발생시켰기 때문이었다.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들은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주었고 이 결과 지자기폭풍의 강도를 나타내는 등급 중 최고 등급인 G5 단계가(G1부터 G5까지 총 다섯 단계로 나눠진다.) 무려 21년 만에 발효된 것이었다. 전 세계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 아래에 놓였다. 어쩌면 위험한 것이 아닌가 싶은 이번 지자기 폭풍은 재미있게도 우리에게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건을 같이 가지고 왔다.

태양에서 뿜어져나오는 입자가 지구 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하는 상상도


 태양은 평상시에도 계속 입자를 지구에 방출하고 있다. 하지만 CME(코로나 질량 방출)가 터질 경우 훨씬 많은 입자가 지구 자기장을 향해 들이닥친다. 그럴 때 지구자기장에 교란이 발생하고 이때 태양풍과 반대 방향에서 거슬러 올라온 고에너지 입자는 자기장을 따라 극지방으로 들어온다. 들어온 입자는 대기 중의 분자와 충돌하여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때 나온 에너지를 우리는 아름다운 빛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오로라이다. 평소라면 극지방 일대에서만 보여야 하는 이 오로라는 이번 5월 11일 전 세계 곳곳에서 관측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독일 등의 중부 유럽에 이어 스페인 같은 남부 유럽에서도 확인되었으며 인도, 일본, 심지어 하와이에서도 관측되었다. 북위 20도 정도에 위치한 하와이에서도 보인 오로라인데 북위 30도 대에 위치한 우리나라 하늘에서 오로라가 보이지 않았을까. 당연하게도 오로라가 관측되었다. 이는 2003년 지자기 폭풍 때 보현산 천문대에서 관측한 이후 21년 만에 확인된 오로라였다. 이렇게 굉장히 희귀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지금. 이 기회를 빌어 ‘하늘에 내린 커튼’, 오로라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하자.

5월 12일 새벽. 강원도 화천에서 촬영된 오로라 사진. (위에서부터 용인어린이천문대 박정하 선생님, 용인어린이천문대 심형섭 선생님, 광교어린이천문대 이상민 선생님의 사진)


오로라는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자주 보였을까?

 고위도 지역의 전유물로 알았던 오로라가 이번에 우리나라에 보였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이런 사건이 있었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미 2003년 보현산 천문대에서 오로라 사진을 촬영하면서 ‘최초로 실제 촬영에 성공한 한반도 오로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이 사건이 한반도 최초의 오로라라는 타이틀이 아니라는 점이다. 촬영이 처음인 것이지 이미 이전부터 한반도에도 오로라는 관측되었던 현상이었다.

 그 기록을 찾으려면 조금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무려 삼국사기 고구려본에 오로라로 보이는 현상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고려시대 ‘오행지’라는 서적에는 ‘적기’라 불리는 현상이 기록되어 있다. 붉은 기운으로 표현되는 이 현상은 오로라를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오로라로 추정되는 기록만 무려 200건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오로라 관측이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조실록 표지. 태양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여서 오로라 관측 기록이 매우 많다.


 조선시대 역시 오로라 관측 기록이 존재한다. 특히 인조시기에 약 50회에 달하는 의문의 불빛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 기록이 집중된 1624~26년 사이는 공교롭게도 태양 활동이 활발했던 극대기 시기였음을 생각하면 이 현상이 오로라라는 신빙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 외로 자주 등장한 오로라에 관한 기록은 1779년 정조 3년의 기록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 시기 이후 무언가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네이쳐지에 실린 지자기북극의 이동 경로.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이동 속도가 빨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를 기점으로 현대에 넘어오면서 오로라 관측 기록이 현저하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자기북극의 위치가 이동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지구의 자기장은 우리가 아는 지리적인 북극과 남극 위치와 조금 다르다. 지구에 자기장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의 안쪽에 위치한 핵에 있다. 유체 상태로 되어 있는 외핵이 움직이면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리적인 북쪽과 달리 지자기북극은 조금씩 그 위치가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고위도 지역에서 오로라가 잘 보인다기보다 지자기북극을 기준으로 그 근방에서 오로라가 잘 보인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인 것이다. 과거에는 이 지자기북극이 지금보다 한반도에 조금 더 가까웠던 관계로 오로라가 보이는 빈도가 더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미 해양대기청(NOAA)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제공한 5월 11일의 오로라 OVAL의 모습. 오로라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지역을 표시한다. 우리나라 방향으로 빨간색 형태가 커져있다.


오로라의 색깔은 다양할까?

 오로라 사진을 검색하면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은 초록빛으로 물든 하늘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에서 촬영된 오로라 사진에는 붉은빛과 보랏빛의 형태가 조금 더 잘 나타나고 있다. 분명히 발생하는 원인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로 동일할 텐데 왜 오로라의 색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우주에서 촬영한 오로라의 모습. 여기서도 초록빛이 보인다.


 오로라가 보이는 원리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려면 원자의 들뜬상태라는 것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자들은 각자 고유의 에너지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에너지 준위라 부른다.) 정상 상태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를 바닥상태라 부른다. 그런데 추가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면 원자 속 전자가 핵과 멀어지면서 들뜬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시 전자의 에너지를 내려 바닥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다.

원자의 바닥상태(왼쪽)와 들뜬상태(오른쪽)를 간단하게 표현한 그림. 전자가 더 바깥으로 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양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에 충돌한 대기 속 원자가 들뜬 상태가 되고 이때 얻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 형태로 뿜어낸 것이 오로라가 된다. 그런데 이때 방출된 파장에 따라 우리는 다른 색을 만날 수 있다. 그 파장을 다르게 하는 것은 기체의 성분과 관련이 있다. 고밀도의 산소는 초록빛을 뿜어내고 고밀도의 질소는 보라색 빛을 뿜어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초록빛의 오로라는 200km 부분에서 발생하며 그보다 높은 지역에서는 산소의 밀도가 적어 붉은빛의 오로라가 발생한다. 하단부 100km 이하에서는 질소 때문에 분홍색, 보라색 빛의 오로라 커튼이 나타나는 것이다.

오로라는 지구에서만 볼 수 있을까?

 아쉽지만 오로라는 지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태양은 태양계 내에 공평하게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으며 그 타겟은 지구뿐이 아니다. 또한 자기장이라는 방어막도 지구 외에 다른 천체에도 존재하고 있다. 태양과 자기장만 있다면 오로라는 만날 수 있는 현상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기장이 존재하는 태양계 천체로는 지구 외에 목성과 토성이 있다. 거대한 가스행성의 극지방에서는 일렁이는 오로라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오로라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 이외에 다른 것이 추가되어 오로라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범인은 바로 각 행성의 위성이었다. 목성의 경우는 이오, 토성의 경우는 엔셀라두스가 모 행성의 극지방에 오로라 연료를 주입하고 있었다. 거대한 목성의 자기장 속에 갇혀버린 이오는 자신이 분출한 화산 분출물을 목성의 자기장에 전달한다. 이오 역시 목성 자기장에서 나온 입자로 인해 오로라 현상이 나타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오로라를 만들어주는 상부상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허블 망원경으로 확인한 목성의 오로라


 목성, 토성 말고도 다른 행성 역시 오로라가 발견되고 있다. 레스터 대학의 연구진들은 켁 망원경을 이용하여 적외선 영역에서 천왕성의 오로라를 확인했다. 자전축이 누워있는 행성답게 오로라가 발생하는 지역 역시 중위도 지역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자기장이 거의 없는 화성에서도 오로라가 발견되었다. 2003년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화성에서 약한 자외선 빛을 발견하였으며 메이븐 탐사선 역시 희미한 오로라를 확인하였다. 지구처럼 극지방에 한정되지 않고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여기에 더해 2020년에는 혜성에서도 오로라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67P 혜성 츄르모프-게라시멘코는 탐사선 로제타가 직접 다가가 관측한 이력이 있다. 이때 관측 기록을 분석한 결과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와 혜성 핵을 둘러싸고 있는 가스가 상호작용하면서 원자외선의 오로라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오로라가 혜성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메이븐 탐사선이 발견한 화성의 오로라


 ‘오로라’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 속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Aurora)의 이름에서 따왔다. 신화 속에서 새벽의 여신은 아레스와의 사랑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사 저주를 하나 받게 된다. 신이 아닌 인간만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벽의 여신이 사랑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 인간이었다. 그리고 아침을 알리며 어둠의 커튼을 걷어 올리는 것 역시 새벽의 여신이었다. 하늘에서 커튼처럼 하늘거리는 오로라에 여신의 이름이 붙은 것은 어쩌면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인간을 유혹하는 여신을 뜻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마침 오로라의 유혹이 우리의 눈앞까지 다가온 시기이다. 앞으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기회를 잡아 오로라의 신비함을 이 눈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프랑스 조각가 필립 마니에의 아우로라(그리스 명칭 에오스) 여신 동상

참고자료

  1. 박주영. 2024. ’21년만 태양 폭풍’ 강원 화천서도 적색 오로라 관측. 연합뉴스
  2. 이성규. 2014. 조선과학실록. 맞닿음
  3. 김명진 외. 2023. 90일 밤의 우주. 동양북스
  4. 오승준. 2015. 마법 같은 ‘오로라’ 한반도에서도 볼 수 있을까?. 동아사이언스
  5. 최은정. 2022. [호기심 과학] 화성에서는 볼 수 없는 지구만의 환상적인 오로라. SAMSUNG DISPLAY Newsroom
  6. 문광주. 2023. 극광(Polar Light, Aurora) (5) “다른 행성의 오로라”. the science plus
  7. 고든 정. 2023. 네가 왜 여기서?…독특한 위치에 있는 천왕성 오로라 [아하! 우주]. NOW news
  8. 엄남석. 2020. 혜성서 맨눈으론 안 보이는 원자외선 오로라 포착. 연합뉴스
  9. 지웅배. 2020. [사이언스] 혜성에서 포착된 오로라가 말해주는 것.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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