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6월 3일. NASA는 새로운 우주망원경인 ‘낸시 그레이스 로만 망원경’을 8월 30일에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2027년 5월에 예정이던 발사 일정을 무려 8개월 가까이 앞당긴 발표였다. 보통 우주 관련 사업에서는 ‘발사 연기’라는 단어가 훨씬 일상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파격적인 일정 변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일정 단축을 이뤄낸 낸시 그레이스 로먼 망원경은 또 어떤 눈을 달고 무엇을 보기 위해 저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것일까.

선물받은 망원경의 눈
1990년 허블 망원경이 우주를 향하고 엄청난 작품을 쏟아내자 당연하게도 후속 망원경에 대한 계획이 여러 방면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 미국국립과학원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10년 조사 계획에서 광역 적외선 탐사 망원경(WFIRST: Wide-Field Infrared Survey Telescope)라는 이름의 망원경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곧바로 1.5m 이하 구경을 기준으로 우주망원경을 구상하던 NASA는 금방 문제에 봉착했다. 애초에 2010년대 NASA의 향후 계획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난 후를 생각하고 만들어졌었다.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기약 없는 연기의 늪에 빠져버리고 예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자 다른 계획들이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졌다. WFIRST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설계를 뜯어고치고 심지어 비슷한 미션인 유럽 우주국의 유클리드 망원경에 함께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NASA에 뜬금없는 선물이 전해진다. 미 국가정찰국(NRO)에서 2.4m짜리 광학계 2세트를 NASA에 인계한 것이다. NASA가 우주를 보는 기관이라면 NRO는 지구를 보는 정찰위성을 주로 개발하는 기관이었다. 해당 기관에서 이 2.4m짜리 광학계를 왜 만들고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는 기밀로 분류되어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대한 광학계가 그냥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항상 예산과 장비를 얻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던 NASA 입장에서 NRO의 광학계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이었다. 2.4m. 무려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은 크기의 광학계에 맞춰 곧바로 설계를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물론 망원경의 사이즈 역시 커져야 했으므로 발사 비용이나 설계 비용 등 기타 들어가야 하는 돈은 늘어났지만 제임스 웹 마냥 기약 없이 밀릴 줄만 알았던 망원경에 실질적인 눈이 생겼다는 점은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무엇을 위한 발사인가?
최초 계획부터 로만 망원경은 목표가 아주 확실했다. 애초에 초기 이름부터 광시야 적외선 망원경이었기 때문에 넓은 범위를 한 번에 본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넓은 범위 적외선 탐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자 하는 것인가. 로만 망원경은 현재 크게 3가지 목표를 가지고 우주를 향할 예정이다.
첫 번째 목표는 암흑에너지 연구이다. 아직도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에너지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이라고 막연하게 추측만 하고 있을 뿐 그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넓은 범위를 한 번에 관측하는 로만 망원경의 넓은 시야는 여러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는 이점을 가져온다. 그런 상황에서 거리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표준 촛불이 되는 천체들을 많이 확인하여 과거 우주가 어떤 속도로 커졌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은하의 분포, 적색편이 등의 자료를 다량 얻어내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암흑에너지가 우주 구조를 변화시킨 영향을 추적하여 그 성질을 알아내는 단초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외계행성 탐사이다. 기존에 외계행성 탐사를 목표로 한 망원경은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TESS가 있었다. 이 두 망원경 역시 수많은 외계행성을 찾으면서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중심 별의 앞을 지나면서 어두워지는 별빛의 흔적을 통해 행성을 찾는 트랜짓 기법을 주로 사용한 이 두 망원경은 별빛에 영향을 적게 주는 각도로 움직이는 행성이나 중심 별 없이 떠도는 부유행성을 찾는 것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로만 망원경은 마이크로렌징이라는 기법을 통해 이 단점을 해소하려 한다. 배경 별빛을 일정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찍다 보면 앞에 지나가는 천체에 의해 별빛이 미세하게 휘어져 좀 더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행성을 찾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단순하게 행성이 공전하는 중심 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먼 곳의 배경별을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추가로 별빛을 직접 가리는 코로나그래프 장비를 통해 주변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방법 역시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이는 별빛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기술을 시험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보조 임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마지막 목표는 광시야로 적외선 탐사를 진행하는 것 그 자체이다. 적외선으로 우주를 탐사하면 가시광선과 다르게 먼지나 다른 기타 방해 요소를 좀 더 잘 통과하여 관측이 가능해진다. 거기에 우주 초기의 빛이 시간이 흘러 적색편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적외선을 통해 관측하면 더 오래전의 빛을 보는 것이 수월해진다. 이런 강력한 정보를 가진 빛을 허블 우주망원경의 100배나 되는 시야로 한 번에 촬영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결국 로만 망원경은 광대한 데이터를 얻어 은하 형성, 은하 진화, 별 생성, 퀘이사 등 다양한 천문학 분야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임무 기간의 최소 25%를 일반 천체물리학 연구에 투자할 예정이며 해당 데이터를 독점 기간 없이 바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대 망원경과 협력의 시대
현대 망원경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당장 로만 망원경만 해도 허블과 같은 구경을 가지고 있지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물론 광학계 설계로 인한 시야 차이도 있지만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적외선 검출기 기술이 좋아져 로만 망원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훨씬 많아졌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해 봐야 할 것은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더 정확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차례로 발사되어 우주에 올라간 우주망원경 뿐 아니라 지상에 만들어지고 있는 대형 천문대들은 모두 서로서로를 보완하는 존재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유클리드 망원경과 로만 망원경은 광시야로 우주에서 촬영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똑같은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두 망원경은 기본적으로 촬영하는 파장이 조금씩 다르며 상호 보완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또한 똑같은 연구 결과도 수차례 상호 검증을 거쳐야 하는 과학의 특성상 두 망원경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은 데이터를 얻는다는 것은 그 정보의 정확성을 입증시켜주는 좋은 교차 검증 시스템이 될 수 있다.
2020년 5월. 망원경에는 WFIRST라는 복잡한 단어를 대신하여 낸시 그레이스 로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낸시 그레이스 로만은 NASA의 초대 수석 천문학자이자 우주 망원경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한 인물이었다. 그녀에게 ‘허블의 어머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우주망원경 역사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2018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채 2년이 지나기 전에 차세대 우주 망원경에 그 이름이 붙을 수 있었다. 우주 망원경 입장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이름을 달고 있는 로만 망원경은 발사 후 약 5년, 최대 10년의 기간 동안 우주를 바라볼 것이다. 과연 대 망원경의 시대에서 로만 망원경은 또 어떤 새로운 정보를 지구로 가져올 것인가. 앞으로 있을 로만 망원경의 여정에 성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 로만 우주망원경 NASA 블로그
- 프랜시스 레디. 2014. Q&A Session About NASA’s WFIRST Mission. NASA
- 애슐리 발저. 2025. NASA Completes 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 Construction. NASA
- 모니샤 라비세티. 2026. ‘It’s going to do things that currently are impossible’: The Roman Space Telescope, NASA’s next great observatory, is ready to launch Aug. 30. SPACE.COM
- 이정호. 2026. 100배 넓은 시야로 지구 밖 본다…‘로만 우주망원경’ 8월30일 발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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