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선정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사진”?

혹시 인터넷을 하시다가 ‘NASA에서 선정한 가장 무서운 사진’이라는 게시글을 본 적 있으신가요? 바로 이 사진입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미지 : NASA)



한 우주 비행사가 아무런 연결 장치 없이 우주에 덩그러니 떠있습니다. 마치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크루니)가 주인공을 살리고 우주로 사라져버리는 장면을 연상케 하네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데요. 설마 우주 미아가 된 우주 비행사의 마지막 모습일까요, 아니면 영화에서 연출된 장면일까요? 합성 사진이었으면 좋겠지만, 이 사진은 실제로 우주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미국의 우주비행사 ‘브루스 맥캔들리스 2세 (Bruce McCandless II)’가 우주 유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죠.

(NASA에서 직접 ‘우주에서 찍은 가장 무서운 사진’으로 선정하지는 않았고,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SNS에서 돌고 있는 사진은 과장되어 표현된 것으로, 상단의 사진이 원본입니다.)


사진의 주인공 ‘브루스 맥캔들리스’


위에서 보여드린 사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7년 전인 1984년에 촬영된 것으로, 맥캔들리스가 우주 정거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맥캔들리스의 뒤편에 의자 같은 장치가 보입니다. 바로 ‘부착식 인간 조종장치(Manned Maneuvering Unit; 이하 MMU로 표기)’라는 장치인데요, 우주선과 연결되지 않은 채로 우주비행사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마치 유선 이어폰의 시대에서 무선 이어폰의 시대가 찾아온 것처럼 말이죠. 맥캔들리스의 임무는 MMU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맥캔들리스는 무선(?) 우주 유영을 한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되었죠.

MMU를 착용한 브루스 맥캔들리스 2세의 모습 (이미지: NASA)



맥캔들리스는 자신의 우주 유영에 대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너무 추워서 이가 덜덜 떨렸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기쁨과 직업적인 자부심이 섞인 놀라운 기분을 느꼈다. 우주는 고요한 진공 상태란 말을 들어왔지만, 무전으로 ‘산소 농도는 어때?’, ‘엔진에서 멀리 떨어져!’, ‘내 차례는 언제야?’라고 떠들어서 그다지 평화롭진 않았다’

– 인터뷰에서”


우주는 엄청나게 고요할 줄 알았는데, 맥캔들리스가 그 고요를 체험하기엔 주위가 시끄러웠던 것 같네요. 그는 약 12시간 동안 우주 유영을 하게 됩니다. 6년 뒤인 1990년에는 디스커버리호에 허블 우주 망원경과 함께 동승하여 망원경을 우주에 띄우는데 공헌했습니다.



부착식 인간 조종장치 MMU

부착식 인간 조종장치, MMU를 착용한 브루스 맥캔들리스 2세 (이미지: NASA)


맥캔들리스가 착용한 MMU에는 가스를 분출하는 추진 장치가 있어서, 이 힘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마치 아이언 맨이 비행하는 모습처럼 말이죠. 그러나 팔과 다리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아이언 맨과는 달리 MMU는 손에 달린 컨트롤러로 움직임을 조종합니다. 

사용되는 가스는 질소입니다. 가스는 궤도선에서 충전할 수 있어요. MMU의 탱크 안에 가스가 가득 찼을 때 무게가 무려 148 킬로그램이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이 적으니 큰 짐으로 느껴지진 않겠죠! MMU에는 24개의 분사구가 있다고 해요. 손으로 위, 아래, 오른쪽, 왼쪽, 앞, 뒤를 조종하려면 꽤나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 같네요.


미국 국립 항공 우주 박물관에 전시된 MMU (이미지: 위키피디아)




MMU는 1984년에만 세 번 사용됐습니다. 맥캔들리스와 그의 동료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테스트한 뒤에, 인공위성들을 회수하는 임무에 사용되었죠. 그러나 1년 뒤 MMU는 우주선에서 퇴장하게 됩니다. 1986년에 챌린저 호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난 후, NASA는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위해 우주 왕복선의 운행과 MMU의 사용을 중단해버렸어요. 임무는 로봇 팔을 사용하거나 우주선과 끈으로 묶여 수행하는 방식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안전하고 발전된 형태의 MMU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MMU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이제는 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국립 항공 우주 박물관(스티븐 F. 우드바-헤이지 센터; Steven F. Udvar-Hazy Center)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네요.







브루스 맥캔들리스 2세의 모습 (이미지: 록히드 마틴 웹사이트)



헬멧에 얼굴이 가려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아쉬울 법도 한데요, 브루스 맥캔들리스는 오히려 그것이 사진의 볼거리 중 하나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헬멧과 우주복 안에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테니까요. 

브루스 맥캔들리스 2세가 우주를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첨부합니다. 그의 모습을 통해 여러분만의 우주 유영을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https://youtu.be/RvnC–JjD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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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포스트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