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에 숨은 천문학. 2026 노벨 물리학상 이야기

 다시 1년이 지나 10월. 노벨상의 달이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6일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은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프랜시스 할젠 교수에게 돌아갔다. 오랜 기간 노벨 물리학상은 1명이 아니라 여러 학자들이 공동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수상은 할젠 교수의 단독 수상으로 무려 1992년 조르주 사르파크 이후로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단독 수상. 과연 그의 업적은 무엇이었길래 이런 영예를 얻게 된 것일까.

프란시스 할젠의 초상화 (노벨 위원회)


 노벨 위원회에서 발표한 선정 사유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이었다. 할젠의 업적을 이해하려면 결국 이 문장에 쓰여있는 두 가지를 알아봐야 한다. ‘아이스큐브’와 ‘중성미자’. 그는 평생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인 중성미자를 연구하는데 바친 사람이었다.

 중성미자는 매우 이상한 입자이다.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볼프강 파울리는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자, 보이지 않는 입자가 그 에너지를 가져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검출되지 않은 가상의 입자를 언급한 것이 중성미자의 시작이었다. 존재하지만 찾을 수 없는 입자라니 얼마나 모순된 말인가.

 실제로 이론상 중성미자는 지금도 매초 10억 개 이상이 우리의 몸을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응성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우리 몸의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말은 발견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 발견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중성미자를 찾기 위한 노력은 여러 과학자에 의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미국 로스앨러모스 과학 연구소 소속이던 프레데릭 라이너스와 클라이드 코완은 1956년, 원자로에서 나온 중성미자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중성미자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그렇다면 이후부터는 더 많은 중성미자, 더 다양한 종류의 중성미자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중성미자 충돌 경로 사진. 세 개의 선이 만나는 곳이 충돌한 곳이다. (사진: 아르곤 국립 연구소)


 중성미자는 일반 망원경으로 본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 물질과 반응할 확률이 매우 적지만 그렇다고 0%는 아닌 관계로 아주 가끔 반응하는 중성미자가 존재한다. 바로 그 중성미자가 반응할 때 흔적을 찾아내면 중성미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이용하는 것이 ‘체렌코프 복사’이다. 물질 안에 들어간 빛은 진공에서와 달리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데 그 느려진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입자가 물질 안을 질주하면 푸른빛이 나타난다. 이를 ‘체렌코프 복사’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중성미자가 투명한 물질 안을 지날 때 낮은 확률로 원자핵과 충돌하여 입자 반응을 만들어내고 이 입자가 체렌코프 복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복사가 일어날 때 어느 방향에서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입자가 움직였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체렌코프 복사로 인해 푸른빛이 나는 핵연료 냉각수의 모습. (사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이 체렌코프 복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물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아이디어는 1960년대부터 이미 있었다. 물.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지구의 물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바다였다. DUMAND(Deep Underwater Muon And Neutrino Detector)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바닷속 깊은 곳에 광센서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높은 수압을 이겨내야 하는 까다로운 장비 제작 방법 등 여러 방면에서 원활한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1995년 이 계획은 취소되었다.

 과학자들이 DUMAND 계획의 취소로 중성미자 검출 계획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계획이 진행 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AMANDA(Antarctic Muon And Neutrino Detector Array)라는 이름의 계획은 프랜시스 할젠이 출발점에 있던 계획이었다. 1980년대 후반 할젠은 얼음을 이용해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구상을 했다. 1990년에 그린란드에서 얼음에 구멍을 뚫고 체렌코프 복사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중성미자는 아니었지만 뮤온에 의한 빛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바다에 검출기를 만드는 것은 실패했지만 남극의 얼음으로 그 무대가 변경되었다.

 1993년부터 연구팀은 남극의 얼음을 뚫어 검출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800m에서 1000m까지 파내려 간 남극의 얼음에는 안타깝게도 변수가 존재했다. 바로 얼음 속 기포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 기포 때문에 체렌코프 빛에 산란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얼음을 더 깊게 파고들어간 것이다. 1500m 이상 내려간 곳. 얼음에 기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 남극의 얼음에 거대한 검출기를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1999년, 연구팀은 남극 얼음 1km³를 검출기로 만들 계획서를 제출한다. 그 이름하여 ‘아이스큐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케이블 연결되어 내려가고 있는 센서의 모습. (사진: 아이스큐브)


 할젠은 이 아이스큐브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이 되었다. 2004년부터 시작된 건설은 2010년 12월에 완공되었다. 약 2.5km의 깊이로 86개의 케이블을 내려보냈다. 설치하는 과정에서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아이스큐브는 2011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최초로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검출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아이스큐브의 첫 쾌거였다.

아이스큐브 연구소의 모습. (사진: 아이스큐브)


 아이스큐브의 관측 결과는 단순하게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관측했다.’라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주에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여러 방향에서 날아온다. 문제는 일반적인 입자의 경우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방향이 바뀌어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알아내기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다르다. 워낙 반응을 하지 않으니 자신이 온 방향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스큐브가 검출한 방향을 확인하면 고에너지 입자를 방출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방법을 통해 아이스큐브는 2017년, 고에너지 입자가 나온 방향을 특정해냈다. 해당 방향을 다른 천체 망원경들로 확인한 결과 TXS 0506+056라는 이름의 활동은하핵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페르미 감마선 망원경으로 촬영한 TXS 0506+056 (사진: NASA/페르미 망원경)


 이와 같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면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눈으로 보이는 가시광선만 연구하던 천문학이 적외선, 자외선 등 여러 파장을 가진 전자기파를 활용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중성미자까지 관측 데이터 속으로 집어넣게 되었다. 실제로 아이스큐브는 블랙홀, 은하 구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천체에서 어떤 입자 분출 과정이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이를 통해 천체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 것이다.

 할젠의 노벨상 수상은 이처럼 현대 천문학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다중 신호 천문학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결실을 얻기 위해 할젠은 무수히 많은 위기와 위험을 건너왔다. 남극의 얼음을 파는 동안에도 검출기에서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희귀한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확인할 수 있을지 계속 의심해야 했다. 워낙 극한의 환경이기 때문에 건설하는 모든 순간이 위기였다. 자재를 가져오는 것부터 얼음을 파내는 것까지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모든 과정을 성공해도 검출이 된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와 연구팀은 결과를 가져왔다. 긴 인생을 건 노력이 이제 노벨상이라는 행운까지 가져다주었다.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고생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어두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아이스큐브 속 체렌코프의 빛처럼 어느 순간 새로운 빛이 그들을 안내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학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할젠의 이번 수상이 어둠 속의 연구자들에게 조그만 빛이 되어주길 바란다.

참고자료

  1. Erica K. Brockmeier. 2025. Francis Halzen and the search for ghost particles. APS
  2. Michael Schirber. 2026. Nobel Prize: Neutrinos from Far, Far Away. APS Physics Magazine
  3. Elizabeth Gibney & Davide Castelvecchi. 2026. Nobel physics prize awarded for detection of cosmic neutrinos. Nature
  4. 아이스큐브 홈페이지
  5. 김민재. 2026. [2026 노벨상] 2026 노벨 물리학상, 프랜시스 할전 단독 수상. The Science Times
  6. 노벨 위원회

Copyright 2021. 의왕천문소식 김용환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dydgks0148@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