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우주로 간다: 차세대 중형 위성 1호, 누리호

지난 3월 22일, 카자흐스탄의 한 로켓 발사장에서 우리나라의 차세대 중형 위성 1호가 발사되었습니다. 로켓에 문제가 발견되어 발사가 하루 미뤄졌으나, 무사히 발사되었고 중형 위성 1호도 궤도에 올라 교신까지 성공했습니다. 코로나로 오랜 시간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기분 좋은 소식이었죠.


차세대 중형 위성 발사 장면 (이미지: 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 중형 위성 1호(이하 차중형 위성)는 우리나라가 제작한 19번째 인공위성입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사용 중인 위성은 총 9대가 되었습니다(한별, 무궁화 5호, 천리안, 올레 1호, 아리랑 3호, 5호, 3A호, 과학기술위성 3호, 차세대 중형 위성 1호) 차중형 위성은 지상관측용 위성으로, 농림 상황을 관측하거나 재난, 재해가 일어났을 때 대응하는 용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번 차중형 위성에서 눈에 띄는 점 하나는, 바로 ‘95%의 국산화율’입니다. 광검출기(CCD)라는 부품을 제외한 69개의 탑재체가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거든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1992년 8월 11일 발사)’가 영국산 본체를 사용했던 때를 떠올리면… 30년 만에 이룬 엄청난 발전입니다! 또한 이전에 발사한 다목적실용위성 3A호(아리랑 3A호)와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 것(1,100kg → 540kg)도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죠.


점검 중인 차세대 중형 위성 1호 (이미지: 항공우주연구원)


차중형 위성은 이제 시작일뿐입니다. 이번에 발사된 1호는 항공우주연구원과 민간 업체가 함께 개발했지만, 준비 중인 2호는 오롯이 민간 업체가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위성을 양산할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도 하고 있죠. 몇 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이스 X와 같은, 우주 산업에 앞장선 민간 기업을 만나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번 차중형 위성은 우리나라 로켓이 아닌 러시아의 소유스 2.1a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는데요, 왜 외국의 로켓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나라도 나로호라는 로켓이 있지 않았나요?




우리에게도 로켓이 있다


왼쪽부터 과학로켓, 중형 과학로켓, 액체추진과학로켓 (이미지: 위키피디아)


1993년, 과학로켓 KSR-1을 시작으로 우주발사체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KSR-1(과학로켓), KSR-II(중형 과학로켓), 그리고 KSR-III(액체추진과학로켓)는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발사체가 아니라 관측 로켓으로 우주 공간이나 고층 대기를 관측하는 하나의 관측 기기였죠. 로켓 개발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며 드디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를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나로호 발사 장면 (이미지: 항공우주연구원)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나로호는 두 번의 실패 끝에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밖에 내놓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우주로 보내야 하는 위성이 가벼운 위성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100kg 이하의 소형 위성들도 있지만, 고성능/고해상도 위성인 아리랑 위성 중에는 1,000kg가 넘는 것들도 있거든요. 이렇게 무거운 위성들을 실어 나를 발사체는 아직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로켓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누리호가 간다


운전면허가 있고,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내 차가 없으면 차를 빌리거나 운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아무리 좋은 위성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우주로 보낼 로켓이 없다면 우리는 매번 외국의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따라서 1.5톤 급의 실용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누리호’를 개발하기에 이르렀죠.


누리호의 시험발사체 발사 장면 (2018년 12월 13일, 이미지: 항공우주연구원)


총 길이 47.5미터에 중량 200톤인 거대한 이 로켓은 위성과 탑재체가 들어있는 ‘페어링’ ‘엔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로켓을 밀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엔진은 다시 세 부분으로 구분이 됩니다. 이륙부터 지상 50km까지 상승시키는 1단 엔진, 240km까지 상승시키는 2단 엔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표 궤도에 올리는데 사용되는 3단 엔진이 있습니다. 각각의 엔진은 연소 후 순서대로 분리되고, 최후에는 페어링 부분도 분리되어 위성만 궤도에 남게 되겠죠.


시험발사체와 한국형 발사체 비교 (이미지: 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는 지난 3월 25일에 시험발사체의 최종 엔진 연소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 시험발사체에 3대의 엔진이 모두 있는 것은 아니고, 누리호의 1단 엔진에 해당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로켓은 고정한 상태에서 엔진이 목표 시간까지 출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연소하는지를 테스트했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1월 28일에는 30초 연소에 성공했고, 2월 25일에는 101초, 그리고 3월 25일에는 무려 125.5초나 연소하며 목표 시간을 달성했습니다. 이번에 테스트한 1단 엔진은 4개의 엔진이 동시에 안정적으로 출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부분이었는데요, 이걸 성공했다는 건 누리호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차근차근 앞으로


누리호를 만드는 사람들 (이미지: 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는 올해 10월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발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됩니다(관련기사). 그러나 우리는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누리호 발사가 실패했다고 해도 결코 그것이 영원한 실패가 아님을 알고 있죠. 우리의 자랑스러운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낼 테니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만들어낼 이 거대한 작품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성공과 실패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묵묵히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요? 어린이천문대 역시, 하늘을 누빌 누리호와 그 뒤에 계신 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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