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밤하늘: 지구의 리듬, 춘분

2024 3월, 구례 산수유마을에 활짝 핀 홍매화


 사무실 밖으로 나와 마주하는 공기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지만, 퇴근길 저녁 하늘은 점점 밝아집니다. 나의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것 같은 착각과 태양의 퇴근 시간은 점점 늦어지는 걸 보며 봄이 왔음을 느낍니다. 봄이 왔다는 것은 낮이 길어진다는 것과 같지요. 낮이 길어진다는 것은 태양빛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태양빛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요?

(1) 빛의 시간

매일 반복되는 낮과 밤의 빛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루 한 바퀴 지구의 회전 운동에 의해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이죠. 같은 위도 상의 나라들은 경도에 따라 낮이 시작되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지구의 자전


(2) 빛의 양

빛의 양은 위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같은 경도 상의 나라들은 위도에 따라 받는 태양빛의 양이 달라지죠. 적도 지방에서는 태양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손실이 가장 적으며, 태양의 고도가 높아 수직에 가깝게 들어옵니다. 태양으로 받는 에너지 총량이 많아 1년 내내 높은 기온을 유지하죠. 반면, 극지방에서는 태양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가장 많이 손실되며 태양의 고도가 낮아 비스듬한 각도로 들어옵니다. 태양이 수개월 동안 떠 있는 백야 현상이 일어날 때도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크지 않답니다.

지구의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빛의 양



(3) 빛의 주기

중위도 지방의 빛의 양은 주기적으로 뚜렷하게 변합니다. 바로, 계절이죠. 사계절을 만들어내는 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고, 그 상태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이죠. 지구의 공전 주기인 1년 동안 태양의 *남중고도가 서서히 변하면서 (1)빛의 시간과 (2)빛의 양이 변한답니다.

*남중고도: 땅으로부터 태양이 하루 중 가장 높이 떠 있을 때의 고도이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나라의 태양 남중고도

1년 중 낮이 가장 길 때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을 때로, 여름 중 ‘하지’입니다. 반대로, 밤이 가장 길 때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을 때로, 겨울 중 ‘동지’이죠. 그렇다면 그 중간도 있겠지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 바로 봄의 ‘춘분’과 가을의 ‘추분’입니다. 오는 20일 12시 7분은 ‘춘분’이랍니다. 춘분을 기점으로 낮은 점점 길어집니다. 그리고 동물들은 활기찬 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겠죠. 우리는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까요?

우리나라 낮의 길이 변화


 낮이 길어지며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 우리가 받는 태양빛의 양도 많아집니다. 태양빛은 우리의 생리와 행동 패턴을 담은 생체리듬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생체리듬 중에서도 낮과 밤, 기상과 취침으로 정의되는 ‘일주기 리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해가 일찍 뜨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오면 우리의 기상 시간도 빨라지고 몸도 한결 가볍게 느껴지죠.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특정 부위가 태양 빛을 받는 낮 시간 동안 우리 몸의 활동을 제어하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랍니다. 뇌뿐만 아니라 심장, 피부, 식도 등과 같은 장기들도 서로 동기화되어 우리 몸에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 몸은 스스로 태양빛의 변화를 감지하고 계절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죠.

 우주의 일부인 우리의 생체리듬은 이처럼 지구의 리듬과 함께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연의 변화를 거스르면서 살기도 합니다. 태양보다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고, 낮과 밤을 바꾸어 생활하기도 하며, 태양빛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강인한 의지로 삶을 잘 가꿔나가고 있죠. 그래도 자연의 변화를 주의 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자연의 변화에 몸을 맡겨보세요. 그리고 이 거대한 우주의 리듬 속에서 나의 삶을 돌보는 나만의 고유한 패턴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본 게시물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포스트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
※ 작성자 : 아스트로캠프 김선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