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그대. 달의 비밀 이야기

 최근 전 세계 과학계에 엄청난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지난 5월 3일, 미 백악관이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서 NASA의 예산이 무려 전년 대비 24%나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이 예산안으로 화성 샘플 리턴, 루나 게이트웨이(달에 소형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미션이었다.) 등 여러 미션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물론 이번 발표는 예산안일 뿐이고 미 의회를 통과해야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도 NASA의 예산 삭감 시도는 있어 왔고 그 결과는 의회에서 막힌 경우가 많았다. 실제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달 탐사 계획인 컨스텔레이션 계획을 취소하려 했으나 이름만 변경된 채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현재까지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아르테미스 1호 미션으로 발사 중인 SLS 로켓의 모습. 이번 예산안에는 이 SLS 로켓 역시 앞으로 2회 발사 후 취소될 위기에 있다. 이유는 기존 예측보다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사진: NASA)


 과학계가 이 예산안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여전히 표면적으로는 달과 화성을 중심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달 탐사에 70억 달러 이상을 할당하고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는 10억 달러의 추가 자금을 책정했다. 둘 중 화성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곳이다. 화성의 붉은 땅에는 인간이 보낸 탐사선만 간간이 돌아다닐 뿐 인류가 발자국을 남긴 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화성 탐사를 다른 국가보다 먼저 진행하여 깃발을 박아 넣으려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한 번 정복하여 미국의 첨단 과학 위상을 드높였던 달 탐사에 다시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 이면에는 외교, 정치적인 이유부터 경제적인 이유까지 아주 넓은 범위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이야기를 떠나서 우리는 달 탐사, 그 자체의 과학적 이유에 관해서 집중해 보도록 하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을지도 모른다.

달의 모습. (사진: 의왕어린이천문대 호빗 선생님)


앞과 뒤가 다른 달

 록밴드의 전설 중 하나인 핑크플로이드의 앨범 중에는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는 제목이 있다. 달의 어두운 면이라면 흔히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그렇다고 달의 뒷면이 항상 어두운 곳은 아니다. 태양빛을 받으면 달 뒷면도 밝다.) 실제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아 한쪽 면만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달 토끼가 보인다고 하는 무늬가 있는 곳을 인류 역사 동안 계속 바라봤던 것이다. 이는 중심에 위치한 천체의 중력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데 태양계 내에서 지구와 달 말고도 상당히 많은 행성과 위성 사이에 이런 동주기 자전이 나타난다. 그럼 달이 지구에게 한쪽 면만 보여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일 텐데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핑크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 커버. 이 앨범에 있는 Eclipse라는 곡을 잘 들어보면 There is no dark side in the moon, really 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달에 어두운 면이란 건 따로 없다!


 지난 2024년 6월 25일. 중국의 창어 6호가 달 뒷면 토양을 채취하여 지구로 복귀하는 것에 성공했다. 1.935kg으로 2kg에 조금 못 미치는 이 토양을 분석한 결과는 흥미로웠다. 처음으로 확인한 달의 뒷면 토양은 약 28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거기에 이전까지 가져왔던 달 앞면의 토양과 구성 성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칼륨(K), 희토류(REE), 인(P)를 합쳐 KREEP라는 물질이 달의 뒷면에는 거의 없었다. 우라늄의 비율 또한 앞면에 비해 뒷면이 더 높았다. 달의 구성 성분이 앞과 뒤가 많이 달랐던 것이다.

창어 6호가 달 뒷면에 착륙한 모습. 착륙선에 있었던 소형 탐사차가 찍어준 사진이다. (사진: 중국 국가항천국)


 달의 뒷면이 앞면과 다르다는 점은 직접 성분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했다. 실제로 달을 돌던 탐사선의 관측 결과 달은 앞과 뒤의 지각 두께마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앞면이 대략 20km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면 뒷면은 무려 80km 정도로 파악되었다. 달 생성 초기에 마그마가 어떤 방식으로 굳어 지각을 형성하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달의 앞, 뒷면에 이런 극심한 차이가 생겼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고 광범위한 토양 샘플이 필요하다. 창어 6호의 샘플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연구진 역시 다른 지역의 샘플을 분석하면 달의 지질 역사의 빈 곳을 더 자세히 채우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달의 앞면과 뒷면 비교 사진.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NASA)


사라진 달의 자기장

 최근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구에 오로라가 강하게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물질이 지구 자기장에 의해 막히면서 아름다운 빛깔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 자기장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를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어쩌면 이 자기장이 생명체 탄생에 아주 중요한 조건일지도 모른다. 태양계 행성 중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것은 목성 같은 거대 행성들이었다. 이런 중요한 자기장이 달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

달의 자기장을 표현한 지도. 자기장이 고르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위쪽은 선형, 아래쪽은 로그 스케일로 표현되어 있다. (사진: Mark A. Wieczorek)


 보통 천체에 자기장이 생성되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이나모 이론이 사용된다. 전기 전도성이 있는 유체가 움직이면서 자기장을 형성시킨다는 이론인데 지구의 경우는 외핵에 있는 액체 상태 철이 그 역할을 한다. 달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지구처럼 전체를 뒤덮고 있는 자기장이 아니라 아주 일부 지역에만 자기장이 발견되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이 가져온 달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30~40억 년 전에 지금 지구 자기장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달 내부에도 지구처럼 액체 상태의 금속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지금은 어쩌다 이 자기장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일까.

다이나모 이론을 표현한 그림. 핵 안에서 움직이는 유체가 자기장을 만든다.


 달이 생성된 초기에는 액체 핵의 영향으로 강한 자기장이 있었으나 현재는 냉각되어 고체 상태가 되었고 이로 인해 자기장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강한 자기장에 노출된 암석들이 자화되어 자기장을 유지하는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운석 충돌 역시 자기장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형 충돌로 인해 생긴 플라즈마가 일시적으로 자기장을 생성시켜 암석에 기록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연구가 최근 등장했다. 거기에 추가로 달 내부 지진파 분석 및 탐사선을 통한 측정으로 달 내부 구조를 추가 연구한 결과, 내부에 유체 상태의 핵이 일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직 이 내부의 액체 핵이 존재한다면 약하게나마 자기장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달에 있는 의문의 자기장. 과연 달은 어떤 일이 있었길래 강했던 자기장이 약해진 것일지, 현재 남아있을지 모를 액체 핵은 과연 무슨 에너지를 이용하여 녹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지. 아직 달의 땅속에도 미스테리가 숨어있다.

달 자기장 상상도. 과연 달의 내부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사진: MIT)


달의 오아시스를 찾아서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처음 착륙했을 때, 우주인들의 시야에 들어온 달 표면은 건조함 그 자체였다. 달의 검은 부분을 ‘바다’라고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 이름과 정반대의 풍경이라 할 수 있겠다. 유의미한 대기도 없는 달의 환경에서 물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측이 딱 들어맞기는 쉽지 않다. 2009년, NASA가 발사한 달 탐사선인 LCROSS(달 분화구 관찰 및 탐지위성)는 달의 남극 부근에 충돌했다. 그 충돌로 인해 우주로 뿜어져 나온 파편을 조사해 보니 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08년에 인도에서 발사한 찬드라얀 1호 역시 달 표면에서 서리처럼 내려앉은 얼음 알갱이들을 발견해냈다. 달의 어두운 지역은 서리처럼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LCROSS 위성이 충돌한 지역의 사진. (사진: NASA)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8년, 미국의 날아다니는 적외선 망원경인 SOFIA는 달 표면 전역에서 물 성분을 검출했다. 단순히 음영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달 곳곳에 물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물론 달에 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소행성들과의 충돌로 인해 전달된 물도 있을 것이다. 태양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에서 날아온 수소이온이 달의 산소를 포함한 광물과 반응하여 물 성분이 생성될 수 있다.

SOFIA의 모습. 이 망원경은 2022년 마지막 비행 이후 사용이 종료되었다. (사진: NASA)


 현재 연구진은 달에 물을 이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에 기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에 포함된 수소와 산소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단순하게 우주선 연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물 그 자체를 인류가 사용하는 식용,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활용도를 높이려면 달에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어디에 분포하고 있는지 정확한 지도를 알아내야 한다. 과연 어디에 달의 오아시스가 존재할 것인가.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다. 우리 바로 앞에 있는 이웃이며 인류 역사 내내 저 하늘에서 거의 모든 밤,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존재이다. 인류가 우주를 진정 바라보고 있다면 가까운 단계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달은 바로 그 첫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 우리가 제대로 이 첫 발판을 밟고 도약하려면 먼저 발판이 어떤 모양인지, 상태인지 자세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이해를 위해 우리는 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NASA의 갈팡질팡한 행보가 앞으로 우주 탐사 일정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지만 결국 인류는 언제나 그래왔듯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달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것이고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는 달이 인류의 우주여행 및 우주 정복의 시작점이 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ESA의 달 기지 상상도. 언제쯤 이런 미래가 현실이 될까.

참고자료

  1. 최기혁 외. 2024. 우리는 다시 달에 간다. MID
  2. 박정연. 2025. 트럼프 NASA 예산 24% 삭감…EU, 美 과학자 유인 위해 8000억원 투자. 동아사이언스
  3. 이정호. 2025. 미 과학계 ‘망연자실’…“NASA 예산 24% 삭감이라니”. 경향신문
  4. 홍아름. 2025. “달 뒷면은 땅부터 달라”…中 창어 6호 토양시료 분석. 조선비즈
  5. Chunlai Li 외. 2024. Nature of the lunar far-side samples returned by the Chang’E-6 mission. National Science Review
  6. BBC 사이언스. 2025. 달의 뒷면에서 주요 화산 폭발이 감지됐다.
  7. 지웅배. 2025. [사이언스] 달의 앞면과 뒷면은 왜 이렇게 다를까. 비즈한국
  8. Paul D. Spudis. 2009. The Strange Story of Lunar Magnetism. Smithsonian magazine
  9. Peter Reuell, Harvard Gazette. 2012. Magnetic Anomalies on Moon. SciTechDaily
  10. 이재탁. 2023. 달의 핵(코어)은 어떻게 생겼을까. 테크튜브
  11. 김성은. 2024. [우주의 속삭임(70)] 달 내부에 녹은 암석층 존재 가능성…중력 측정 분석 결과 뒷받침. 포커스 온 경제
  12. 이강봉. 2018. 달에 많은 물이 존재하고 있다. The Science Times
  13. 빅토리아 길. 2020. NASA가 달에 물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했다. BBC 코리아
  14. NASA. 2020. NASA’s SOFIA Discovers Water on Sunlit Surface of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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