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샘플 리턴 프로젝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7일.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화성 샘플 리턴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지금 화성에 있는 샘플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가지고 올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두 가지 방법을 들어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 샘플 리턴 프로젝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는 미션이었다. 이번 발표는 기존 미션을 대폭 수정한다는 내용인 것이다. 과연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화성의 샘플 리턴 프로젝트를 크게 수정해야 했을까.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채취한 샘플의 모습. 탐사차가 작동을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샘플통을 지정된 위치에 던져두었다. (사진: NASA)


 화성에서 샘플을 가져오겠다는 생각은 이미 1970년대부터 존재했다. 미국 최초의 화성 착륙선인 바이킹 탐사선이 발사될 때 이미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탐사가 진행되기 전이라 화성의 대기 밀도, 성분 등 귀환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천문학적인 비용뿐 아니라 정보의 절대적 부족 역시 화성 샘플 귀환을 어렵게 하는 요소였다.

미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매리너 4호가 촬영한 화성. 화성 탐사선이 가기 전까지 이 행성이 이토록 황량한 곳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사진: NASA)


 부족한 데이터는 바이킹 탐사선의 착륙 성공 이후 꾸준한 탐사를 통해 조금씩 쌓여갔다. 탐사선에 탑재된 자체 실험 장비들로 화성 토양의 성분을 분석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장비의 무게 제한도 있고 작동 여부 등 여러 이유에 의해 실험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물론 그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선의 실험 도구를 보낸 것은 사실이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결국 다시 돌고 돌아 화성의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 과학원에서 10년마다 작성하는 행성과학 조사 보고서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 2013~2022년간의 보고서에서는 최우선 순위에 해당 미션이 언급되었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보다 현실화시키는 과정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단순히 탐사선을 발사하는 경우와 달리 귀환 미션에는 몇 가지 난관이 남아 있었다. 대표적으로 탐사선의 무게가 큰 문제였다. 날아가서 도착한 탐사 로버를 다시 화성에서 발사해야 했다. 되돌아오는 발사에 사용될 연료 무게, 상승에 쓸 발사체의 무게 등 여러 무게가 추가된다. 이는 장비 개발 과정도 어려워질 뿐 아니라 최초 발사 시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점을 의미했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발사 때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1987년에 그려진 샘플 귀환 로봇 상상도. 채취하는 로봇과 착륙선, 궤도선까지 현재 진행중인 미션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림: NASA)


 이런 어려움 때문에 1980년대 계획 중이던 화성 샘플 리턴은 90년대로 밀려났다. 꾸준히 탐사선의 설계를 수정하던 NASA는 1990년대 후반, 2008년까지 화성 샘플을 가져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곧바로 화성 기후 궤도선과 화성 극지 착륙선이 연달아 실패하며 화성 탐사 자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결국 2008년을 목표로 한 이 미션은 취소되고 말았다.

 미션이 취소되었어도 연구는 이어졌다. 2009년, NASA는 유럽 우주국(ESA)와 협력하여 2020년대에 화성 샘플을 가져오겠다는 엑소마스(ExoMars) 계획에 참여했다. 기존에 유럽우주국이 진행하던 화성 탐사 미션에 NASA까지 협력하며 MAX-C라는 이름의 로버로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미션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예산 문제로 MAX-C 로버는 취소되었고 곧이어 2012년, NASA는 줄어든 예산을 제임스 웹 망원경 개발에 추가하기 위해 엑소마스 계획에서 완전히 철수해 버리고 만다. 이 취소 시기 직전에 발표된 것이 화성 탐사를 최우선으로 선정한 행성과학 조사 보고서였으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MAX-C 로버의 상상도. (그림: NASA)


 엑소마스 계획에서 철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12월. NASA는 다시 화성 탐사 계획을 꺼내들었다. Mars 2020이라는 이름의 이번 계획은 화성에서 토양 샘플을 만드는 것까지만 포함되어 있었다. 탐사차에 샘플을 제작하는 장치를 넣어 화성 곳곳의 토양을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퍼서비어런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탐사차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2021년 2월. 화성의 땅에 닿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토양 샘플을 제작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임무를 잘 수행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만들어진 저 샘플을 우리 손에 가져와야 한다.

퍼서비어런스 로버. 그 앞에 작은 관처럼 생긴 것이 샘플 튜브다. (사진: NASA)


 엑소마스 계획에서 협력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NASA와 ESA는 다시 화성 샘플 귀환을 위해 손을 잡았다. 샘플을 열심히 채취하고 있는 퍼서비어런스 이후로 이를 회수하는 착륙선, 화성에서 발사하는 장비, 추가 우주 헬리콥터, 지구 귀환에 사용할 궤도선까지 준비해야 했다. 역시나 이 계획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해당 미션을 재평가 한 결과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결국 2023년, 70억 달러 정도로 추정했던 예산이 11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되었으며 회수 가능 기간이 최초 2033년을 예상했으나 2040년으로 상당히 늘어나고 말았다. 이대로 계획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NASA는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퍼서비어런스가 2024년 3월 12일 채취한 암석 샘플. (사진: NASA)


 빌 넬슨 국장은 이번 발표에서 두 가지 방식의 탐사선 착륙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스카이 크레인’을 이용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미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 두 탐사차를 화성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한 방법이다. 기존에 예상하던 탐사선의 설계를 바꿔 무게를 줄이면 크레인 방식으로 착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 우주 헬리콥터 같은 장비들이 삭제되었다.) 기존에 사용한 방식이기 때문에 새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예산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민간 기업과의 협력이다. 기술 개발 과정을 다른 기업에 넘겨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두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면 회수 시기를 35년 이후 정도로 줄이며 예산 역시 70억 달러 선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스카이 크레인 방식의 상상도. 특정 속도에 도달하면 스카이 크레인의 엔진이 가동되는 방식이다. (그림: NASA)


 그런데 이 발표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국장이 제안한 방식은 두 가지였다. 그런데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두 방안을 모두 연구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는 확정하지 않을 것이란 언급도 있었다. 이는 바뀐 트럼프 행정부에 선택의 공을 넘겼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이전에 달탐사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정권이 화성 샘플 리턴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인가? 이 미션에 거액의 예산이 정상적으로 투입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현재 이 미션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과거 취소된 미션은 개발 단계에서 어그러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퍼서비어런스는 3년째 화성을 누비며 샘플을 이미 채취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탐사선에 들어간 예산만 약 28억 달러에 달한다. NASA는 발 한쪽을 이 미션에 푹 담가놓은 상태라 할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예제로 크레이터의 사진. 이 크레이터에 물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하여 착륙지로 선정되었다. 실제로 그 흔적 역시 발견되었다. (사진: NASA)
퍼서비어런스가 직접 촬영한 예제로 크레이터의 퇴적층. 물에 의해 운반된 것으로 생각되는 암석이 많다. (사진: NASA)


 화성은 오랜 기간 인간에게 커다란 궁금증을 주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어쩌면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활발한 탐사 활동이 이어졌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생명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요즘은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살아있었던’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 주 목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퍼서비어런스의 활동을 통해 분명 오랜 과거에 이 붉은 땅에서 물이 풍부했다는 점은 확실해졌다. 과연 그 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하려면 샘플 리턴은 진행되어야만 한다.

샘플 귀환 상상도. 착륙선에서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이다. (그림: NASA)


 수많은 화성 탐사선을 보냈고 그들이 가져다주는 영상 자료를 통해 하늘에 있는 붉은 행성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화성은 지구에서 평균 2억 2500만 km나 떨어져 있으며 이는 달과의 거리에 600배에 달한다. 그 먼 거리를 왕복하여 샘플을 가져온다? 어쩌면 화성의 샘플을 가져온다는 의미는 화성 자체의 연구뿐 아니라 우리 인류의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척도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항상 모든 우주 미션은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30년이 넘어가는 이 미션이 결실을 맺어 화성에서 직접 가져온 흙을 우리 손으로 만져볼 수 있을까. NASA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우리의 눈에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고 있다.

화성의 사진. 과연 인류는 언제 이 행성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까. (사진: NASA)

참고자료

  1. Roxana Bardan. 2025. NASA to Explore Two Landing Options for Returning Samples from Mars. NASA
  2. Ashley Strickland. 2025. NASA collected potential evidence of life on Mars. Now it’s pitching new plans to retrieve the cache. CNN
  3. Mike Wall. 2025. NASA won’t decide on overhaul for Mars Sample Return mission until mid-2026. SPACE.COM
  4. 곽노필. 2025. 나사, 이르면 2030년대 후반 화성 표본 회수. 한겨레
  5. 국립과천과학관. 2024. 2025 미래 과학 트렌드.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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