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 시기가 되면 누가 노벨상을 수상할지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지곤 했다. 여러 분야의 노벨상 중 당연하게도 과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과학과 관련된 상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노벨상 중 과학 관련 상은 총 3개가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이 그 주인공이다. 흥미로운 점은 당장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과학은 총 4가지로 분류되는데 노벨상은 3종류뿐이라는 것이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저 리스트에 들지 못한 것은 바로 지구과학이다.

그렇다면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할 수 없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사실상 물리학상에 통합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지구과학에 포함되어 있는 지질학, 기상학, 해양학, 천문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21년, 미국의 마나베 슈쿠로와 독일의 클라우스 하셀만은 기상학자로서 지구 온난화 예측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벨 물리학상 수상 내역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이 혼합되어 있다. 그중 천문학과 관련된 연구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1936년 빅토르 프란츠 헤스

오스트리아의 빅토르 헤스는 어쩌면 최초로 우주와 관련된 연구를 통해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일 것이다. 1910년대, 과학자들은 대기 중 방사능 수치에 관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분명 지표에서 나오는 방사능이라면 위로 올라갈수록 그 수치가 낮아져야 하는데 측정된 수치는 그렇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헤스는 본인이 직접 열기구를 타고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5km 이상 올라가서 측정한 결과 지표보다 훨씬 높은 수치의 방사선을 발견하였다. 이때 헤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우주를 떠돌고 있는 수많은 입자들. 우주선(cosmic ray)였다. 헤스는 우주선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3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1967년 한스 알브레히트 베테

오랜 시간 학자들은 저 하늘의 별이 빛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별의 구성성분이 대부분 수소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여전히 별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이를 해결한 것이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출신 핵물리학자 한스 베테였다. 그는 별 내부 원소가 핵융합을 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CNO 순환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여 이 난제를 풀어냈다. 그는 비록 천문학자가 아니라 핵물리학자였지만 천문학 관련 연구를 상당히 많이 진행했다. 초신성, 블랙홀 등을 연구하면서 항성의 중력 붕괴에 관해서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노벨 위원회에서도 그의 노벨상 수상 사유를 “핵반응 이론에 대한 공헌, 특히 별의 에너지 생산에 관한 발견.”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1970년 한네스 올로프 예스타 알벤

스웨덴의 물리학자인 알벤은 자기 유체 역학이라는 분야의 선구자이며 이 연구를 통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주로 다룬 주제는 플라즈마였다. 플라즈마는 원자에서 나온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기에 전기장, 자기장과 관련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알벤은 이 플라즈마 연구를 통해 자기폭풍, 오로라, 지구 자기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했다. 또한 은하 자기장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으며 플라즈마 우주론이라는 새로운 우주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플라즈마 우주론은 플라즈마와 전자기장이 은하를 형성하고 별, 행성 탄생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74년 마틴 라일, 앤써니 휴이시

마틴 라일과 앤써니 휴이시는 천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인물들이었다. 유럽을 휩쓴 세계대전에서 발전한 전파 기술을 천문학에 접목시켜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마틴 라일의 경우 간섭계를 통해 전파 망원경의 크기를 키우는 것에 성공하였으며 앤써니 휴이시는 펄사를 발견하면서 우주의 강력한 전파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다만 이 수상에서는 실질적으로 펄사를 발견했던 휴이시의 제자 조슬린 벨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78년 아노 앨런 펜지아스, 로버트 우드로 윌슨

펜지아스와 윌슨은 벨 연구소에서 새로 제작된 안테나를 이용하여 전파 신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잡음이 지속적으로 검출되자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신호는 우주 초기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던 압축된 우주가 팽창하면서 최초로 뻗어나간 빛의 흔적이었다. 우주배경복사라고 불린 이 신호의 발견으로 두 사람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당시 이 신호를 예측하고 찾아다녔던 이론물리학자들에게는 두 사람의 발견으로 인해 자신들의 연구가 한발 늦게 되고 말았다.
1983년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 윌리엄 앨프리드 파울러

인도에서 태어난 찬드라세카르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영국에서 유학을 한 천문학자였다. 다만 젊은 시절 자신의 연구 때문에 당시 영국 최고의 천문학자였던 에딩턴 경과 마찰이 있었으며 이 여파로 한동안 관련 연구를 떠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당시 에딩턴이 연구했던 백색왜성의 질량 한계는 찬드라세카 한계라고 불리며 인정받았고 이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파울러의 경우는 프레드 호일, 마가렛, 제프리 버비지 부부와 함께 핵융합 과정에서 자연계 원소들의 생성 과정을 설명한 약칭 ‘B2FH’논문으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다만 같은 연구를 진행한 거장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이 수상자에서 빠졌다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 사건이기도 하다.
1993년 러셀 앨런 헐스, 조지프 후턴 테일러 주니어

1974년, 지도교수였던 조지프 테일러 주니어와 대학원생이던 러셀 헐스는 독수리자리 부근에서 지금껏 발견한 적 없던 새로운 형태의 천체를 발견해냈다. 중성자별과 펄사가 서로를 도는 이중성계를 찾아낸 것이었다. PSR B1913+16라고 붙은 이 천체의 이름은 헐스-테일러 펄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두 사람은 이 천체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궤도의 주기가 감소함을 확인했고 이는 중력파 방출로 인한 손실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최초로 중력파를 간접적으로 확인한 성과였다. 두 사람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199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된다.
1995년 프레데릭 라이너스

미국의 물리학자인 라이너스는 젊은 시절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도 참여했던 뛰어난 학자였다. 그의 주 관심사는 당시 예측만 하고 실제 발견할 수 없었던 중성미자였다. 이것을 발견하기 위해 핵폭탄을 터트릴 계획까지 세울 정도였다. 비록 실제로 핵폭탄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연구 결과 1956년 동료 학자였던 클라이드 코원과 함께 최초로 중성미자 발견에 성공하였다. (클라이드 코원은 1995년 노벨상 수여 당시 사망한 상태여서 같이 받을 수 없었다.) 이후 초신성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감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검출에 성공하였다. 이는 중성미자 천문학 분야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지금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물리학, 천문학과가 있는 건물은 프레데릭 라이너스 홀로 불린다.
2000년대 이후 수상자는 2부에서 계속
참고자료
- 노벨재단 (이광렬, 이승철 역). 2010.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노벨 물리학상. 바다출판사
- 임명신. 2024. 종합·융합과학 천문학에 수여된 역대 노벨상.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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