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유럽우주국(ESA)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새로운 퀘이사를 31개 발견했으며 그중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퀘이사 중 가장 오래된 퀘이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발견된 퀘이사는 무려 우주 탄생 후 7억 7천만 년 이내에 형성된 것이었다. 그냥 성능 좋은 최신 우주망원경이니 그에 맞는 관측을 했다고 생각하기에는 업적이 대단하다. 이전에는 아주 먼 퀘이사를 발견하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는데 유클리드는 그 시간을 1년 남짓으로 확 줄여버렸다. 오랜 시간 하늘을 쳐다봐야 하는 천문학자들의 기다림이 극단적으로 짧아진 것이다. 최신 망원경들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2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정체불명의 천체를 발견했다. 빨간 점처럼 보이는 이 천체는 이후 LRD(little red dots)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주 나이가 고작 10억 년 정도 된 시기에 발견되는 이 붉은 점은 곧바로 천문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크기가 고작 수백 광년에 불과한 이 점은 초기 우주의 은하라고 보기에는 조금 작았다. 이 천체에 대한 후속 연구가 계속 진행되었고 최근 제임스웹의 관측 데이터를 사용하여 해당 천체 중 하나인 아벨 2744-QSO1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그 내용은 기존 우주 진화 이론에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이 천체는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있었다. 그것도 태양 질량의 5000만 배 수준으로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보다 10배 가까이 무겁다. 우주 초기에 이런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주 진화 이론에 새로운 이정표를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최근 관측 장비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교과서를 이루고 있던 우주 이야기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고 있다. 과거 망원경이 만들어지면서 획기적으로 발전했던 천문학이 새로운 대도약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현재 그 천체 관측 도구들은 어떤 식으로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주고 있을까.
서로 다른 목표
기존에 있었던 천문학 역사에서 망원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눈으로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해주면서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를 확 넓혀준 것이 이 망원경이었다. 갈릴레이가 본격적으로 우주를 망원경 속에 담으면서 벌어진 여러 사건은 ‘과학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인류의 세계 인식 체계를 바꾸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현재도 이런 흐름은 다르지 않다. 더 좋은 망원경으로 더 멀리 보는 것. 망원경은 그런 운명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활약하는 망원경들은 세부적으로는 그 쓰임새가 조금씩 다르다.
2023년 발사된 유클리드 망원경은 더 멀리 있는 천체를 세부적으로 보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바로 우주의 지도를 그리는 장대한 꿈을 가지고 발사되었다. 망원경은 한 번에 보름달 2개 정도 크기의 하늘을 촬영할 수 있다. 기존에 우주 망원경의 신화를 만든 허블보다 무려 270배나 관측 범위가 넓다. 더 무서운 점은 그런 범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해상도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런 성능을 바탕으로 최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퀘이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클리드는 앞으로 약 6년간 우주의 지도를 작성하면서 수십억 개의 은하 위치와 모양 그리고 그 분포를 그려낼 예정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미세하게 휘어진 구조를 찾아내 암흑물질의 분포를 확인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유클리드가 거대한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2026년 본격적으로 가동이 시작된 칠레의 베라 루빈 천문대 망원경은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가장 거대한 망원경은 8.4m의 주경을 가지고 있는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유클리드와 비교하면 18배나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3~4일이면 남반구 전체 하늘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야를 자랑한다. 물론 지상에 있기 때문에 우주에 나간 유클리드와 같은 해상도를 얻을 수는 없다. 루빈이 원하는 목표는 ‘우주의 지도’가 아니라 ‘우주의 변화’다. 넓은 범위를 반복해서 찍으면 우주에서 변화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 위치가 빠르게 변하는 소행성 등의 천체가 주요 표적이다.

그렇다면 더 깊게 멀리 있는 천체를 자세히 보는 것은 어떤 망원경인가. 바로 그 유명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다. 6.5m라는 거대한 구경을 가진 망원경이지만 시야가 고작 보름달의 1% 정도이다. 이 좁은 영역 안에 있는 희미한 천체를 하나하나 다 잡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웹은 태양계 안쪽 행성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지만 앞서 설명한 LRD 같은 우주 초기 천체를 확인하는 탁월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히 사진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빛의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해당 천체의 성분과 물리량 등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우주를 살펴보는 현미경이나 마찬가지였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
이렇게 서로 다른 성능과 목표를 가진 대형 장비들이 우주를 이곳저곳 뒤지고 있다. 다만 이 장비들로 얻어낸 자료들이 더 잘 활용되려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특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합쳐서 진행했을 때 훨씬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특이 천체가 등장하면 해당 천체를 여러 망원경이 협력하여 관측하는 사례는 상당히 많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홀 사진 촬영 사건이다. 2019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이 블랙홀 사진 촬영 성공을 발표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허블 우주망원경, 찬드라 우주망원경, ALMA 등 다양한 천체 관측 기기들이 역시 M87을 촬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확보한 대량의 관측 자료를 비교 분석하면서 서로의 분석 결과를 검증할 수 있었으며 해당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고 더 많은 후속 연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유클리드 망원경 역시 이런 협력 사례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토론토 대학의 연구팀은 허블 망원경의 관측 자료에서 이상한 구상성단 4개를 발견했다. 구상성단이 모여있는 형태가 의심스러웠던 연구팀은 혹시 이 성단이 잘 보이지 않는 은하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CDG-2(Candidate Dark Galaxy-2: 두 번째 암흑은하 후보)라고 이름 붙은 이 천체를 유클리드 망원경과 하와이에 위치한 스바루 망원경으로 관측을 진행했다. 스바루 망원경으로 주변부를 보강 관측했으며 유클리드는 희미한 은하의 빛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에 이상한 구상성단을 발견해낸 허블을 포함하여 3대의 천체 망원경이 암흑은하의 강력한 증거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이런 관측 기기 간 협력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루빈 천문대와 유클리드 망원경은 각자 완성되기 전부터 서로 협력하는 공통 연구 그룹을 만들었다. 관측하는 대상을 겹치게 만들어 상호 보완하는 데이터를 만들어 낼 예정이며 유클리드의 정확도, 루빈의 반복 촬영이라는 장점을 합쳐 연구의 질을 높이게 될 것이다. 제임스 웹은 특정 그룹과 협력을 한다기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여러 기기가 찾아낸 새로운 천체가 있다면 제임스 웹이 그 후속 관측을 진행한다. 무언가 관측할 만한 가치를 조금이라도 찾으면 우주의 현미경인 제임스 웹이 그곳으로 눈을 돌려 세부 관측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주는 넓고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들은 아직도 저 어두운 공간 속에 숨어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천체 관측 기기들은 그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진리의 빛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런 관측 네트워크는 또 한 번의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은 8월, 새로운 우주망원경인 로먼 우주망원경의 발사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망원경은 또 어떤 임무를 가지고 우주에 올라갈 것인가. 또 그 망원경은 기존 망원경들과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까.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본 시기는 천문학자들이 경쟁적으로 ‘누가 먼저 보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각각의 거대 기기들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번에 올라갈 망원경은 또 어떤 퍼즐 조각이 되어 우주를 밝혀줄 것인지 다음 글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참고자료
- 김민재. 2026. 타임머신 ‘퀘이사’ 사냥꾼 유클리드, 우주 초기의 빛을 포착하다. The Science Times
- 이영완. 2026. [사이언스샷] 우주의 돌사진 찍었다, 태양보다 1조배 밝은 퀘이사 발견. 조선비즈
- 지웅배. 2026. ‘작고 붉은 점들’ 안에 거대 블랙홀이!. 비즈한국
- 구혁. 2026. 100억년 전의 빛 ‘리틀 레드 닷’… 우주에 대한 근본 질문을 바꿨다[Science]. 문화일보
- ESA(유럽우주국). 2026. Hubble, Euclid & Subaru uncover dark galaxy
- NAOJ(일본 국립천문대). 2021. Telescopes Unite in Unprecedented Observations of Famous Black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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