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푸드 파이터: 잘 봐 우주 음식 싸움이다

해외 여행을 가면 그렇게 컵라면이 먹고 싶죠. 라면을 자주 드시지 않는 분이라 하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풍겨오는 컵라면의 냄새를 맡으면 그 유혹을 참으실 수 없으실 겁니다. 며칠 외국 여행을 가는데도 이렇게 우리나라의 음식이 그리운데, 우주에 있을 우주인들은 고향의 음식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삼시 세끼 잘 챙겨 먹는 건 우주인들에게도 중요한 의식 중 하나입니다. 잘 먹어야 골 손실과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우주인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지구에서는 맛있는 우주 음식을 개발 중입니다.


우주에선 뭘 먹을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면 우주선을 탄 우주인들이 빨대로 유동식을 먹고, 아이스크림같은 정체 불명의 음식을 섭취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둘 다 썩 군침을 돋구는 음식은 아니죠. 우주비행사들이 옛날에 먹었던 음식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잠깐 우주에 나갔다 오는 거라면 이런 음식으로 며칠 버틸 수 있겠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이하 ISS)의 탑승자들은 이런 음식을 먹으며 몇 달을 살고 싶진 않겠죠. 그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초기 우주비행사들이 먹은 우주 식량(이미지: NASA)

최근에는 조리한 음식을 동결건조한 뒤 비닐 파우치 안에 넣어 진공 포장합니다. 가볍고 크기도 작아서 우주로 보내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냉장고 없이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ISS에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조리 기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조리 기계에 음식물 파우치를 연결한 뒤 적정량의 물을 넣으면, 몇 분 뒤엔 따뜻한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탑승자들은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쌀밥이나 라멘, 파스타, 스테이크, 치킨, 심지어는 과일도 먹을 수 있습니다. 우유나 주스, 차도 마실 수 있습니다!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비닐 파우치 안에 넣어 보내는데, 여기다 물만 넣으면 음료가 완성되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가 개발한 우주 음식들 (쌀밥, 라멘, 우유; 이미지: JAXA)


믓찌다~ 우주에서 벌어진 음식 파티

피자헛 피자를 먹은 유리 우사초프(이미지: BBC NEWS)

피자는 그동안 우주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크고 무거운데다가, 그걸 데워먹기도 쉽지 않죠. 토핑이 도우에서 떨어져 둥둥 떠다닐 것이 분명하고요. 그런데 러시아와 피자헛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2001년, 러시아와 피자헛이 협력하여 ISS에 피자를 배달한 것입니다. 이 피자 한 판을 보내기 위해 들인 돈이 무려 1백만 달러(2001년 기준)! 이 피자를 먹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우사초프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습니다. 가격을 보니 맛이 없다고 해도 맛있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피자헛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소금과 양념을 넣었으며, 페퍼로니 대신 살라미 소시지를 토핑으로 올렸대요내용출처.

그로부터 약 16년 뒤, ISS에 탑승 중이었던 이탈리아 우주비행사 파울로 네스폴 리가 NASA측에 ‘피자가 너무 그립다’며 피자를 먹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NASA는 피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피자 크러스트 도우, 피자 소스, 고다 치즈, 올리브와 페퍼로니 등)를 보냈고 ISS의 우주비행사들은 피자를 만들어 먹으며 피자 파티를 즐겼습니다. 만드는 건 그렇다 치고, 피자는 어떻게 구웠을까요? 아래 영상을 보시면 중반부에 서류 케이스에서 은박지에 싼 피자를 꺼내는 부분을 볼 수 있는데, 서류 케이스가 바로 오븐이라고 하네요. 영상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또 놀라운 사실은 우주에서 에스프레소도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이탈리아의 항공우주 공학기업 아르고텍(Argotec)과 커피 브랜드 라바짜(Lavazza)는 2015년, ISS용 에스프레소 머신 ISSpresso를 선보였습니다. 이 에스프레소 머신의 사용법은 지구에서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커피 캡슐을 넣은 뒤 음료의 양을 선택하면 끝입니다.

왼쪽 : ISSpresso 머신, 오른쪽: 에스프레소잔으로 커피를 마시는 중인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 (이미지: NASA)


우주에선 주로 빨대가 달린 비닐 파우치에 음료를 담아 마시지만(그렇지 않으면 액체 방울이 떠다니다가 기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이탈리아인들은 이걸 용납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들은 커피의 향까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에스프레소 잔도 만들었어요. 이 컵은 떨어뜨리거나 뒤집어도 커피가 쏟아지지 않게 설계했습니다관련기사. 모세관 현상을 활용해 커피가 흘러나오도록 만들었습니다. 2015년 이탈리아 우주비행사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가 처음으로 이 에스프레소를 시음했습니다. 우주선 밖 지구를 보이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저도 한번 느껴보고 싶네요.



스페이스 딥 푸드 챌린지

달이나 ISS까지는 지구에서 음식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먼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화성이나 그 너머는 어떨까요? 정기적으로 음식을 보낼 수 있을까요? 보낼 수야 있겠지만 매번 어마어마한 연료값을 감당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올해 초, NASA와 캐나다 우주국이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Deep Space Food Challenge)라는 이름의 국제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이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해요. 우선, 3년 동안 4명의 우주비행사가 먹을 수 있는 양이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며 안전한 음식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해요. 음식물 쓰레기도 적어야 하고요. 단순히 우주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기 우주 탐사를 위한 식량 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ISS에서 재배 중인 고추(이미지: NASA)


지구에서도 농산물 재배가 어렵거나 식료품을 공급받기 힘든 곳이 존재하고, 먼 미래에 전지구적 식량난이 발생할 지도 모릅니다. 공모전에 등장할 신기술들은 이 상황에서도 쓰일 수 있어요. 11월 초에 공모전 1기 우승팀이 발표되었습니다. 글로만 설명되어 있어서 어떤 음식인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야채나 버섯, 곤충 등을 생산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선보이는 듯 합니다. 이미 ISS에서는 칠리 페퍼를 재배해 우주 타코를 해먹은 적도 있습니다출처.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요. 우승작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해보세요.


https://www.deepspacefoodchallenge.org/winners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기가 시작되면 우주 음식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우리나라도 지난 10월에 누리호를 발사하며 우주에 한 발 짝 가까워졌습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정이 있지만, 우리 중 누군가가 우주에서 K-푸드를 즐기는 날이, ‘이것도 우주에서 먹을 수 있다고?’라며 놀랄 일도 곧 찾아올 것입니다. 우주에서 먹방을 찍는 날이 올 지도 모르고요! 여러분들은 우주에서 무엇을 먹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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