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새벽 1시 13분.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서 네 번째 누리호가 하늘로 올라갔다.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날아간 기다란 빛은 지구 대기를 뚫고 올라가 13개의 탑승 위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임무를 완수했다. 지속적인 임무의 성공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다만 그 어떤 미션이건 제일 첫 번째 미션이 성공한 이후로는 지속적인 관심을 얻기 힘들기 마련이다. 그 유명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이후 그 그늘에 가려진 이후 탐사들이 그랬고 국제 우주정거장이 건설된 이후 수많은 ISS 상주 우주인이 그 스포트라이트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었다. 이번 누리호도 벌써 4번째 도전이었고 그중 3번째 성공을 거뒀다. 분명 대단한 업적이지만 이 기쁨을 조금 더 누리기 위해서는 4차 발사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일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누리호 4차 발사에 얽힌 특수성을 살펴보고 박수의 강도를 더 높여보도록 하자.

최초의 야간 발사
이번 4차 발사는 이전과 달리 발사 시간부터 차이가 있었다. 1차 발사는 오후 5시, 2차 발사 오후 4시, 3차 발사 오후 6시 24분으로 모두 아직 해가 떠 있을 시간에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초 계획상 밤 12시 55분이 발사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야간 발사는 주간 발사에 비해 부담감이 조금이라도 더 커지게 된다. 낮에 비해 시야 측면에서 제한이 생기며 바람의 환경 또한 낮과 다르다. 바람에 민감한 로켓인데 고층풍의 변화가 밤에 더 크다는 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큰 실패가 돌아올 수 있는 민감한 로켓 발사를 밤에 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야간 발사는 이번 4차 발사한 누리호 이전에 다른 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최초의 대형 로켓 야간 발사는 1965년 5월 25일에 있었던 새턴 I 로켓의 비행이었다. 새벽 2시 35분에 발사된 이 로켓은 아폴로 시험용 우주선과 페가수스 2라는 이름의 인공위성을 품고 있었다. 3개월 전에 발사한 페가수스 1과 궤도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페가수스 2는 야간에 발사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미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미국은 이후 아폴로 17호에서 아예 유인 우주선을 야간 발사하는 것에도 도전. 완벽하게 성공하게 되었다.

새턴 I 로켓이 그랬던 것처럼 발사 시간은 탑재되어 있는 인공위성의 미션에 달려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 역시 탑재되어 있는 인공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미션이 야간 발사의 이유가 되었다. 이 위성에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만든 ROKITS(Republic Of Korea Imaging Test System, 광시야 오로라·대기광 관측 카메라)라는 이름의 장비가 들어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로라를 넓은 시야로 관측하여 연구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장비가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담길 수 있는 넓이가 700km에 달하여 우리나라 면적보다 넓으니 어마어마한 성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촬영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 동기 궤도’가 필요하다.

‘태양 동기 궤도’는 인공위성이 행성의 특정 지점을 통과할 때 그 지점에서의 태양의 고도가 같은 궤도를 말한다. 이 점을 이용하면 매번 같은 시간의 날씨, 기상 조건을 관측하여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주로 사용하는 태양 동기 궤도에는 황혼-여명 궤도(Dawn-Dusk Orbit)와 정오-자정 궤도(Noon-Midnight Orbit)가 있는데 이중 황혼-여명 궤도는 위성이 항상 태양광을 받을 수 있어 전력 생산에 유리해진다. 누리호의 경우에는 정오-자정 궤도를 사용하여 자정에 오로라를 촬영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발사 가능 시간대가 특정 시간대에 한정되게 된다. 그 결과가 새벽 1시경에 누리호를 발사하는 것이었다.

최초의 민간 주도 발사
누리호는 1차부터 3차까지 정부 소속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고 발사한 국가 주도 사업이었다. 그런데 이번 4차 발사부터 이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물론 항공우주연구원이 완전히 발을 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사운용 부분에서는 여전히 주관을 하면서 협력하는 관계까지 진행되었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거대 사업인 우주 발사체 부분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것이 왜 의미가 있을까.

흔히 ‘뉴스페이스’의 시대라는 단어가 종종 언론 매체에 등장하곤 한다. 민간이 주도하여 더 자주, 더 싸게 우주로 향하는 것이 뉴스페이스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가 주도의 거대한 우주개발은 반대로 ‘올드스페이스’가 되었다. 이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에 경제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 기술 축적 및 상업적인 측면에서 발전 속도가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서 실패 한 번에 위험 부담을 크게 안을 수밖에 없는 국가 주도 사업에 반해 더 싸게 자주 발사해서 실패 경험으로 데이터를 쌓는 민간 투자 방식은 훨씬 기술력 축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성공했을 경우 돌아오는 상업적 이득이 있다. 당장 우리나라 역시 누리호 이전에는 모든 위성을 다른 나라에 돈을 내고 그쪽 스케줄에 맞춰 발사해야만 했다. 그에 비해 누리호가 안정화되면 위성 발사 부분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추가로 해외에서 우리에게 위성 발사를 의뢰할 경우 경제적 이윤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인도의 경우 2017년 PSLV-C37 발사체를 통해 한 번에 무려 104기의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중에 인도의 위성은 단 3개이며 나머지는 모두 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스위스 등의 위성이었다.

미국 역시 이러한 선례를 잘 남기고 있다. 과거 NASA로 대표되는 거대 국가 자본으로 진행되던 우주 개발을 민간 기업들 간의 입찰을 통해 기술 경쟁을 유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라는 신기술을 통해 더 빠르고 많이, 자주 발사하는 뉴스페이스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되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미국의 이러한 우주 산업 전환을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누리호 4차 발사가 민간이 전면에 나서는 첫 발사라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가 누리호의 마지막 발사는 아니다. 내년 6월에는 5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27년 9월에 6차 발사까지 진행이 확정되어 있다. 우주청에서는 그 이후 추가적인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후발 주자에 가까운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여러 관문이 남아있다. 더 자주 발사하기에는 현재 누리호의 발사 텀은 긴 편이다. 개발팀에서 3차 발사 이후 2년 반의 공백이 있었던 만큼 개발의 연속성이 힘들었다고 직접 말을 하기도 했다. 로켓 개발에도 여러 단계의 과제가 준비되어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케로신(등유) 엔진 대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메탄 엔진 개발 문제, 그리고 메탄 엔진으로 주로 진행하는 재사용 로켓 개발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내용은 우주청에서 올해 2월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우주는 인류가 지구를 넘어 다음 스텝으로 생각하고 있는 넓고 광활한 장소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우주 산업 생태계에서 우리나라가 한자리를 차지하려면 지금부터 박차를 가해도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은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어두운 하늘을 뚫고 올라간 누리호의 황금빛 궤적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빛나는 ‘우주로의 길’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참고자료
- 이채린. 2025. [누리호 4차발사] 민간기업 첫 주관 발사 성공…’누리호 헤리티지’ 이어진다. 동아사이언스
- 조가현. 2025. [누리호 4차발사] 첫 야밤 발사…20분 내 발사못하면 다음날로. 동아사이언스
- 이정호. 2025. 누리호, 왜 첫 야간 발사했나 봤더니…이유는 ‘오로라 관측’. 경향신문
- 곽노필. 2025. 누리호, 민간 중심 ‘뉴스페이스’ 생태계 열어…지속 발사 성공 이력 쌓아야. 한겨례
- 송혜진. 2025. 민간 기업이 주도한 첫 누리호… ‘뉴 스페이스 시대’로. 조선일보
- 최지원. 2025. 누리호 2028년 7차까지 매년 발사…8차부터 유료화 계획. 동아일보
- 조승한. 2025. ‘2조 투입’ 차세대발사체 재사용으로 개발한다…행정절차 착수. 연합뉴스
- 2025. 누리호 4차 발사, 왜 새벽을 선택했을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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