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칠레에 위치한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소행성 지상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에서 소행성 하나가 발견되었다. ‘2024 YR4’라는 이름이 붙은 이 천체는 곧바로 지구상의 빅뉴스가 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2032년 12월 즈음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발표된 이후 2달가량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충돌 확률이 널뛰기 마냥 수시로 변경되고 있다. 이번 소행성에는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계속 지구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일까.

소행성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지구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당장 인간 이전 지구를 지배했다고 알려진 공룡을 박물관의 뼈로 남게 만든 것도 소행성이라 하지 않는가. 이런 공룡 대멸종을 몰고 온 10km 안팎의 대형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경우는 지난 20억 년 동안 약 다섯 차례 정도로 확인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거대한 충돌은 그 비율이 낮다. 인류가 공룡의 길을 따라갈 확률이 적은 점은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 말을 거꾸로 돌리면 자잘한 충돌은 그만큼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2013년, 지금 20m 이내의 소행성이 떨어져 1500명가량의 부상자를 발생시키고 여러 시설에 타격을 준 첼라빈스크 사건이 있었다. 사진 자료가 남은 것은 없지만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정체불명의 초대형 타격을 준 대폭발 사건도 있었다. (규모는 첼라빈스크 사건보다 퉁구스카 대폭발이 훨씬 컸다.) 천만다행으로 두 경우 모두 사망자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행운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또 언제 작은 소행성이 지구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첼라빈스크 사건은 외계에서 날아오는 위협의 실체를 보여준 사건으로 의미가 있었다. 1992년부터 NASA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 확률을 계산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에 ATLAS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소행성 관측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6년 PDCO (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행성 방위 조정 사무소)를 만들어 관측, 결과 배포, 대응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이처럼 열심히 소행성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점이 많이 남아있다.

왜 확률이 널뛰기하는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024 YR4의 지구 충돌 확률은 짧은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변화를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이 소행성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소행성이 충돌하게 될지 아닐지 알기 위해서는 해당 소행성의 크기, 속도, 궤도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는 대상을 사진으로 찍어 관찰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을 보고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까?

사진 한 장에 찍힌 작은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해당 천체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소행성의 밝기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가 아닌 관계로 구성 성분의 반사도가 높을수록 그 밝기가 더 밝아질 것이다. (이런 반사율을 알베도라고 부른다.) 단순한 사진을 분석하기만 해도 이론적으로는 해당 천체의 구성 성분, 크기 등의 물리적 성질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찍힌 사진 속 소행성의 빛이 충분할 때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소행성은 아주 작다. 이 작은 천체가 태양빛을 받아서 반사하더라도 행성처럼 잘 보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견조차 힘든 이 작은 빛을 잠깐 받는 것으로 이 물리량이 확실하다 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궤도 계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정 시간을 가지고 찍은 사진 속 움직임을 바탕으로 거대한 궤도를 계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보이는 잠깐의 움직임 이후 태양풍, 다른 행성의 중력 등 여러 요인으로 길이 변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측 자료가 필요하다. 해당 소행성이 발견된 이후 전 세계에 위치한 대형 망원경들이 추적을 시작했다. 스페인 라팔마 섬에 위치한 GTC 망원경(10.4m의 거대 반사망원경), 칠레에 위치한 VLT (8.2m 망원경 4개를 가동한다.) 같은 대형 망원경들이 관측 자료를 꾸준히 공급했다. 물론 방해하는 요인도 있었다. 하필 지난 몇 주간 달빛에 의해 관측이 제한되는 점이 있었다. 작은 소행성의 빛도 거대한 달빛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조금씩 관측 데이터가 늘어나 궤도 계산에 사용할 신뢰성 높은 자료가 쌓이다 보니 계산 결과는 꾸준히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지속적인 충돌 확률 변화는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2004년 발견된 소행성 아포피스는 한때 지구 충돌 확률이 2.7%까지 올라갔었다. 지구 충돌 위험을 나타내는 척도인 토리노 척도에서 당시 아포피스는 4등급으로 책정되었다. 이번 2024 YR4의 토리노 척도가 3등급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포피스가 이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아포피스의 궤도를 추가 확인한 결과 충돌 확률은 0%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정말 안전할까?
지금까지 소행성 관측을 하면서 있었던 사례들을 생각하면 이번 2024 YR4의 경우 역시 확률이 0%로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다. 토리노 척도 4등급까지는 ‘충돌할 수 있으니 신경 써서 확인하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5등급부터 위협 단계로 들어간다.) 2024 YR4는 현재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3월부터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해당 소행성을 관측할 예정이지만 이것 역시 5월이 넘어가면 불가능해진다. 다음 접근인 2028년 경에 다시 확인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과연 그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소행성이 우리에게 조금 더 안전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인지는 확답할 수 없다.

이런 소행성의 위협을 단순히 관측하고 예보하는 것을 떠나 좀 더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노력 역시 진행 중에 있다. 2022년 9월 26일에는 NASA의 탐사선이 디모르포스라는 소행성에 충돌하는 실험을 성공했다.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라 불리는 이 미션은 소행성에 충돌하여 궤도를 변경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디디모스라는 소행성 옆을 공전하는 디모르포스는 약 160m 정도의 크기를 가진 소행성이었다. 충돌 후 관측 결과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가 32분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충돌로 인해 공전 궤도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이 방법대로라면 저 먼 거리에 위치한 소행성 궤도를 미리 바꿔 지구로 오는 것을 막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날아오는 총알에 총알을 발사하여 충돌시키는 수준의 실험을 성공했다는 점에서 D.A.R.T 미션은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다만 이 실험으로 인류가 소행성 방어 기술을 습득했다고 안도하기는 많이 이르다는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일단 NASA가 디모르포스를 미션 대상으로 선택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결과를 좀 더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전을 12시간가량마다 한 번씩 하는 소행성이니 궤도 변화를 살펴볼 시간이 짧았다. 만약 훨씬 더 긴 궤도로 날아오는 소행성이었다면 궤도 변화 측정에 더 큰 공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충돌로 변한 위치가 지구를 안전하게 막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지구의 크기를 생각하면 소행성의 궤도가 수천 km 수준의 변화를 보여야 한다. 이 미션은 충돌을 통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에 의미가 있지 방어법의 완성이 아니다.

수시로 날아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행성이 충돌한다는 자극적인 이야기와 얼핏 보면 너무나 작은 1~3% 정도의 숫자가 대중들이 외계 천체의 위험성을 오히려 과소평가하게 하는 일을 만들 수 있다. 양치기 소년 마냥 ‘충돌한다고 그렇게 외쳤는데 별일 아니었네.’라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돈 룩 업에서는 지구로 향하는 혜성의 충돌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블랙 코미디 영화인 만큼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이 포스터에 붙은 카피는 다시 보면 상당히 무서운 느낌을 준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포스터의 카피가 진짜가 되지 않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3%건 1%건 결국 0은 아니지 않은가. 인류의 운명을 1%의 돌림판에 걸기에는 너무나 무겁다. 이번 2024 YR4의 결말이 0%가 되더라도 우리는 계속 하늘을 봐야 한다. 또 언제 새로운 돌멩이가 3%의 확률을 뚫고 우리 눈앞에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Molly L Wasser. 2025. Dark Skies Bring New Observations of Asteroid 2024 YR4, Lower Impact Probability. NASA Planetary Defense
- 조문희. 7년 뒤 소행성 지구 충돌 가능성, 3.1→1.5% 낮아져. 경향신문
- 송현서. ‘2032년 소행성 추락’ 예상 지역 리스트 공개…한국 포함될까? [핫이슈]. NOW news
- 윤복원. 2023. 우주탐사의 물리학. 동아시아
- 임명신 외. 2022. 스페이스 오페라. 반니
- 그레그 브레네카. 2024.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웅진 지식하우스
Copyright 2021. 의왕천문소식 김용환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dydgks0148@astrocam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