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Making Pluto great again!

 지난 4월 28일. NASA의 예산안과 관련하여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신임 NASA 국장 재러드 아이작먼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했다. 명왕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문에 “나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자는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 이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논문을 작성 중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는 상당히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었다. 미국 행성 과학계를 포함하여 여러 학자들 역시 이런 주장을 이어왔으며 2019년, 당시 나사 국장이었던 짐 브라이든스타인이 인터뷰 도중 명왕성은 행성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재러드 아이작먼의 이야기는 과학계에 직접적으로 공을 던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도대체 왜 미국은 명왕성을 행성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일까.

4월 28일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한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행성에서 쫓겨난 비운의 명왕성

 명왕성이 미국 국민들에게 감정적으로 더 가까웠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발견한 사람이 ‘미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부터 눈으로 보여서 알고 있던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제외하고 처음 발견된 행성인 천왕성은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 주인공이었다. 뒤이어 발견된 해왕성은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갈레였다. (물론 계산하고 예측한 사람은 프랑스의 위르뱅 르베리에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1930년, 미국 출신의 젊은이였던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명왕성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행성으로 급부상했다.

 그렇게 행성계의 막내로 자리 잡은 명왕성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기존에 지구보다 크다고 추정했던 크기는 달보다 작은 것으로 수정되었고 다른 행성과 궤도면에서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성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명왕성에게 최대 위협이 찾아왔다. 명왕성 정도의 크기를 가진 새로운 행성 후보, 에리스의 발견이었다. 에리스 이후 계속 발견된 천체들은 명왕성의 지위를 위협했다. 그 결과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은 행성의 조건을 확정하면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했다.

2006년 당시 IAU(국제천문연맹) 투표 모습. (사진: 체코 과학 아카데미 천문학 연구소)


 사실 역사상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 명왕성뿐인 것은 아니었다. 과거 1801년에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발견된 세레스 역시 잠시나마 행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궤도에서 무수히 많은 천체들이 발견되면서 소행성으로 강등되었다. 명왕성도 어찌 보면 역사적으로 특별한 사건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행성이 되기에 부족했고 합의한 조건에 의해 퇴출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일부 천문학계, 일반 대중들에게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왜 그들은 명왕성 퇴출을 반대하는가?

 대중들에게 명왕성 퇴출 사건은 미국의 자부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이것은 당시 기사의 단어 선택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천문학적으로 행성의 조건을 정의한 사건임에도 기사에서는 퇴출, 강등, 쫓아냄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하였다. 심지어 2006년에 미국 언어학회에서는 ‘plutoed’라는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 단어는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강등시키거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명왕성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 일상 언어에까지 퍼진 것이다. 거기에 어린 시절 배우던 것이 사라졌다는 점이 반감을 사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에 미 전역 초등학생들의 분노 혹은 슬픔이 가득 찬 편지가 과학자들에게 전해지는 사건도 있었다.

NASA 부국장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앨런 스턴의 모습. (사진: NASA)


 과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부분의 문제가 있었다. 2006년 프라하에서 열린 IAU 총회에서 명왕성 관련된 주제로 투표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는 424명이었다. 이 424명의 천문학자들은 행성의 정의를 확정하는 결의안에는 90%가 넘는 수준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문제는 명왕성을 왜행성으로 분류하겠다는 부문이었다. 이 투표에서는 237명이 찬성을 했으며 이는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행성천문학자이자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의 책임자였던 앨런 스턴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과연 전체 천문학계를 대변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학자들이 행성을 연구하는 학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전문성에 의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언급은 무슨 이유로?

 사실 명왕성을 행성으로 돌려놓자는 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듯 미국 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던 말이었다. 심지어 뉴멕시코주에서는 법으로 ‘명왕성은 행성이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뉴멕시코주는 명왕성의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가 살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IAU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낼 이유가 딱히 없었다. 문제 될 것 없는 절차를 거쳐 확정된 일이었고 무수히 많이 등장하는 해왕성 바깥 천체들을 생각한다면 나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행성이 수백 개가 넘어가는 사태는 막아야 했다.

 다만 명왕성 문제는 단순하게 과학자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처럼 번지기 쉽다는 것이었다. 1999년 뉴욕타임즈에서는 ‘명왕성이 스페인이나 오스트리아에서 발견되었다면 이 행성을 재분류하려는 시도를 미국 천문학자들이 그렇게까지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를 보면 명왕성 논쟁이 단순히 과학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과학계의 자존심 문제처럼 다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침 명왕성이 퇴출된 2006년 초에 ‘윤초’를 두고 두 과학계가 또 힘 싸움을 진행한 전력이 있었다. 당시 원자시계와 지구 자전 시간이 조금씩 어긋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초를 추가하는 윤초가 제안되었다. 미국 과학계는 이 문제에 대해서 실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데 왜 1초의 윤초를 추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대했으나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과학계의 주장에 밀려나고 말았다. 윤초 사건과 명왕성 사건으로 2006년에만 미국 과학계가 두 번의 패배를 당한 것이다.

 아이작먼 국장은 이번 발언을 하기 이전 다른 인터뷰에서 “making Pluto great again”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마치 현 트럼프 행정부의 슬로건인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연상시키게 하기도 했다. 여기에 4월 말 추가적인 발언을 했으니 그냥 공허한 외침처럼 보였던 이전 행보들과 달리 과학계 재논의 가능성과 논문까지 언급하면서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4월의 청문회 자리에서 그가 하고 있었던 일은 큰 폭으로 삭감된 NASA의 예산안을 설명하고 옹호하는 일이었다는 점이다. 줄어드는 과학 예산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과학적 이정표를 제시하는 모습은 상당히 모순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과학계 내부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록 명왕성에 대한 NASA의 의도가 정치적이었건 아니건 실제 행성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IAU(국제천문연맹)이 해야 하는 일이다. 무언가 용어를 결정하면서 변경사항이 생기는 일은 천문학에만 있던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고래 역시 당연하게도 어류라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모두 포유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여러 방면으로 오류를 수정해가면서 발전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우려와 달리 NASA가 언급한 논문이 과학적으로 행성의 조건에 대해 적절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과학계는 분명 다시 한번 그 문제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고 무언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과연 명왕성은 다시 태양계 행성의 막내로 돌아올 수 있을까?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 명왕성을 근접 탐사한 결과 지질학적인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명왕성 복귀를 주장하는 연구팀들도 생겨났다. (사진: NASA)

참고자료

  1. 홍아름. 2026. 쫓겨난 명왕성, 20년 만에 복권되나… NASA가 다시 꺼낸 ‘행성 논쟁’. 조선비즈
  2. 이정호. 2026. ‘미국인이 발견한’ 명왕성을 다시 위대하게?···NASA 국장 “행성 지위 회복해야”. 경향신문
  3. 최원형. 2026.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마가’가 되살린 오래된 논쟁, 그 까닭은?. 한겨례
  4. 앙트레 임. 2026. [기원상컬럼] 명왕성과 MAGA,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 아주경제
  5. 이명헌. 2026. [이명현의 별과 우주] 미국인이 발견한 명왕성… 행성 복원 주장이 주는 씁쓸함. 국민일보
  6. 김서영. 2015. 왜 미국은 명왕성 탐사에 열광하나. 경향신문
  7. 구정은. 2006. <주말 포커스>명왕성 행성퇴출 후폭풍… 美-유럽 ‘제2 스타워즈’.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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