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TESS형! 외계행성 사냥꾼 테스 우주 망원경



이미 여러분들은 지구와 태양계의 행성들 말고도 또 다른 행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들을 ‘외계행성(Exoplanet)’이라고 부르죠. 1992년, PSR 1257+12이라는 펄서 주위를 도는 세 개의 행성1)을 시작으로 2021년 3월 4일까지 총 4,352개의 외계행성들이 발견됐습니다.



외계 행성의 발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케플러 우주 망원경’입니다. 2009년 3월, NASA는 외계 행성 – 그중에서도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 – 을 찾기 위하여 케플러 망원경을 하늘에 올려 보냅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발사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섯 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습니다(관련 기사2).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목성형 행성, 지구형 행성, 쌍성을 도는 행성 등을 발견하며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죠.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상상도(이미지: NASA)




그러나 기쁨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발사 후 4년 뒤인 2013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자세 제어 장치 4개 중 2개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죠. 망원경을 이대로 놓을 수 없었던 NASA의 과학자들은 케플러 우주 망원경에 K2라는 새로운 미션을 내렸습니다(케플러: 살려줘…). 이전처럼 망원경이 향하는 방향을 고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3개월에 한 번씩 방향을 바꿔가며 관측을 하게 되었죠. 악조건에서도 케플러 망원경은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을 해냅니다. 그러나 2018년 10월, 망원경의 연료가 소진되어 케플러 망원경은 9년간의 활동을 끝으로 은퇴하게 됩니다(관련기사3).



케플러 망원경이 은퇴했으니, 이제 외계 행성은 찾을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케플러 망원경이 은퇴하기 몇 달 전, 테스(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우주 망원경이 그 뒤를 이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거든요. 테스 망원경은 케플러 망원경이 관측했던 면적보다 400배 넓은 면적의 하늘을 관측하고 있죠. 케플러 망원경은 좁은 구역 안의, 멀리 있는 희미한 별들을 관측했지만, 테스 망원경은 비교적 가까이 있는 밝은 별들을 주로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TESS 망원경의 상상도 (이미지: NASA)



두 망원경의 모니터링 지역이나 타깃은 다르지만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트랜싯(Transit)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외계 행성이 모항성(별)을 지나갈 때 모항성의 밝기가 감소하는 현상을 가지고 외계 행성을 찾는 방법입니다. 여름철 가로등 주변에 나방이 잔뜩 날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나방이 가로등 주변을 지나갈 때 가로등의 불빛이 잠시 어두워지는 것처럼, 행성이 별 주위를 지나가면 별의 밝기도 일시적으로 어둡게 보일 겁니다. 만약 별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현상이 규칙적으로 일어난다면 그 별의 주변에 행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행성을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죠. 두 망원경은 이런 방식으로 외계 행성의 존재를 알아냈답니다.



행성이 별을 지나가면 별의 밝기가 감소한다 (이미지: NASA)




테스 망원경을 통한 최근의 발견들




1. 17살 고교생이 새 행성을 발견하다!

최근 뉴스에서 NASA에서 인턴 활동을 하던 고교생이 새 행성을 발견했다는 기사를 접하셨을 겁니다. 17살의 울프 쿠키어(Wolf Cukier)가 사용한 데이터가 바로 TESS 데이터입니다. 울프는 망원경이 보내온 데이터 중 밝기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별(TOI 1338)을 찾았는데, 특이한 점은 이 별이 쌍성(두 개의 별이 가까이 붙어 서로를 돌고 있는 것)이었다는 것이죠. 쌍성을 돌고 있는 행성이라니, 상상이 가시나요? 이 행성은 지구보다 약 7배 정도 크고, 우리와 약 1,300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4)

TESS를 이용해서 외계행성을 발견한 것은 울프 쿠키어 만은 아닙니다. 지난 2월에도 두 고교생이 외계행성 4개를 발견하기도 했죠(관련기사5)





2. 데이터 사이언스와 천문학의 만남

인턴십에 참여한 아담 프리드만 (이미지: NASA)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서 NASA의 인턴십에 참여한 또 다른 대학 신입생은 쏟아지는 TESS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머신 러닝을 통한 방법입니다. 사람이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일일이 보고 있기는 힘들겠죠(물론 고등학생 인턴들을 더 구할 수도 있겠지만요…). 아담 프리드만(Adam Friedman)은 컴퓨터가 별이 쌍성인지, 4중 쌍성인지 등 별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쌓여가는 TESS 자료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죠. 컴퓨터 공학과 신입생인 아담은 인턴을 하기 전에는 천문학과 머신 러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고 해요. 코로나 덕분에 아담은 재능을 찾았고, 천문학자들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네요.

(관련기사6)

아 참, 그거 아시나요? 천문학과 학생들은 대체로 코딩을 잘 합니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데이터 사이언스 회사는 천문학과 출신을 선호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3. TESS가 보여준 새로운 세계, TOI 451

2021년 2월의 따끈따끈한 소식입니다. TESS는 우리와 고작 400 광년 떨어져 있는 별 TOI 451에서 3개의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세 행성을 소유한 TOI 451은 고작 1억 2천만 살 밖에 되지 않은 젊은 별입니다(태양은 46억 살). 태양이 중년이라면, TOI 451은 이제 막 돌잡이를 한 셈이죠. 사실 이 별과 행성들은 생명체가 살기에는 부적합한 곳이에요. 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없거든요. 그렇지만 이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시나 별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별과 행성이기에, 행성의 대기가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유지되는지 (더 나아가서 어떻게 소멸하는지) 알아볼 수 있어요. 이 연구는 우리 태양계 행성들이 어떤 시간을 거쳐왔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관련 기사7)


지금 이 순간에도 TESS 망원경은 지구 밖에서 새로운 세계를 계속 발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가까운 곳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럴 수 없다고 하기엔, 우주는 너무나도 넓으니까요! 앞으로는 나훈아의 ‘테스형!’ 말고 NASA의 TESS 망원경도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음에 더 재밌는 소식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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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1) Wolszczan, A.; Frail, D. A. (1992). “A planetary system around the millisecond pulsar PSR1257 + 12”. Nature. 355 (6356): 145–147)
2) 장상옥, “NASA 케플러 우주망원경, 태양계 밖 행성 5개 발견”, 서울신문, 2010. 01. 06
3) 곽노필, “케플러 우주망원경 은퇴하다”, 한겨레, 2018. 10. 31
4) 김지은, “NASA 인턴 3일 만에 ‘핑크 행성’ 발견한 17살 소년”, 국민일보, 2021. 01. 23
5) 윤태희, “美 두 고교생, 200광년 거리 외계행성 4개 발견 화제”, 서울신문, 2020. 02. 02
6) Lynn Jenner, “NASA Summer Intern Combines Data Science and Astronomy – with Stellar Results”, NASA, 2021. 02. 11
7) Francis Reddy, “TESS Discovers New Worlds in a River of Young Stars”, NASA, 2021. 2. 13





※ 본 게시물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포스트에도 게재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