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 이야기

 지난 3월 18일. 올해 최대의 SF 기대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개봉을 했다.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영상화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이 높았다. 이미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서 대흥행을 한 전력도 있고 (영화 ‘마션’) 소설 자체도 그의 작품 중 가장 평가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소설에 나왔던 과학적인 부분들을 많이 덜어내고 주인공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확실히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훨씬 쉬워지기도 했고 비주얼적으로도 매우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SF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출발을 하고 있는 영화지만 천문학과 밀접한 직업이니만큼 실제 과학적으로 질문해 보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떠오르게 되었다. 그 몇 가지 질문으로 영화와 책을 함께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소니 픽쳐스 코리아 제공)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영화 속 별은 진짜로 있는 별일까?

 주인공 그레이스 박사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아스트로파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별 ‘타우 세티’에 도달한다. 지구에서 약 11.9 광년 떨어져 있고 자전 속도가 태양보다 10배 가까이 빠른 별. 이 타우 세티는 창작물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별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별이며 심지어 상당히 유사하게 묘사되어 있다.

고래자리와 타우 세티의 모습. (사진: 홍천 관측소 매픽맨 선생님)


 고래자리에 위치한 타우 세티는 태양에 비해 약간 작고 어두운 G형 주계열성이다. 상당히 안정적인 별로 태양에서 11.9 광년 떨어져 있어 (영화에 묘사된 거리와 동일하다.) 겉보기 등급 3.5 정도로 육안으로 날씨가 좋다면 볼 수 있는 별이다. 아무래도 태양과 유사한 점이 많고 실제로 행성이 4개나 발견되었기 때문에 항성 진화와 행성 진화 과정을 연구할 때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별이기도 하다. 특히 발견된 행성 중 타우 세티 e의 경우 중심 별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생명 존재 가능 구역(흔히 골디락스 존이라 부른다.)에 속한다. 작 중에서 주인공이 아스트로파지 문제의 해결책이 되는 미생물을 발견하는 곳 역시 바로 이 타우 세티 e였다.

 물론 실제와 다른 점도 존재한다. 처음 주인공이 우주선 근처의 별이 타우 세티라는 것을 알아내면서 태양보다 자전 속도가 빠르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실제 별은 자전 속도가 오히려 태양보다 느리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 역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타우 세티 d와 e 두 개의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별 주변의 먼지 원반이 태양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원반에서 날아드는 혜성과 소행성들이 생명체의 진화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연구에서는 행성의 존재 자체도 의문에 빠져 있다. 2017년, 타우 세티 e의 존재 가능성이 확인된 이후 후속 연구에서는 제대로 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작 중 매우 중요한 행성임에도 실제 우리의 우주에서는 실존하는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작품에서는 중요한 별이 하나 더 등장한다. 주인공의 영혼의 파트너가 된 외계 생명체 ‘로키’의 고향 별이 그 주인공이다. 로키는 40 에리다니라는 별에서 왔다고 설정되어 있다. 이 40 에리다니 역시 실존하는 별이다. 태양에서 약 16.3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으며 무려 3개의 별이 모여있는 삼중성계이다. 특이하게도 주계열성과 백색왜성, 적색왜성이 모여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백색왜성인 40 에리다니B의 경우 최초로 확인된 백색왜성으로도 불린다.

40 에리다니 삼중성계의 상상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서는 그리 밝지 않다. 일단 주변에 위치한 적색왜성인 40 에리다니C가 플레어를 자주 일으키며 고에너지 복사를 내는 터라 생명체에게 위협적이다. 추가로 행성이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2018년 주계열성인 40 에리다니A를 공전하는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별은 프로젝트 헤일메리 뿐 아니라 유명 SF 시리즈인 스타트렉에서 벌컨 종족이 사는 벌컨 행성이 존재하는 곳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이런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유명 시리즈 속 행성이 실존한다!라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나 추후 연구에서 항성의 진동으로 인한 착시였음이 밝혀졌다. 결국 스타트렉 시리즈의 벌컨 행성도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로키의 고향인 에리드 역시 미확인 상태가 되었다.

로키처럼 과학을 몰라도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작중 로키의 종족인 에리디언들은 매우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타우 세티를 향한 여정을 진행했다. 로키를 포함해 무려 23개체가 탑승한 대형 미션이었는데 이 비행이 종족의 첫 유인 우주 비행이었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다. 인류가 1인 비행부터 차츰 인원을 늘려 이제 막 아르테미스 미션으로 4명의 우주인 유인비행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과감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에리디언들이 상대성이론조차 전혀 알지 못한 채 이 비행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궤도 비행에서도 상대성 이론은 중요하게 사용된다. GPS 위성의 경우 상대성 이론의 효과를 고려하여 하루에 약 0.000038초씩 시간이 빨리 흐른다. 이 시간을 계산하여 보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정확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지구 근처에서도 이런 차이를 보이는데 광속에 가깝게 비행하는 성간 여행에서 이런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물론 에리디언들이 정말 뛰어난 기술자들이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처럼 보인다. 컴퓨터라는 것도 없어 작중에서 로키가 주인공의 장비를 부러워하고 신기해하는 것을 보면 거대한 우주선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운용했는지 의구심이 들곤 한다.

 이처럼 이론 없이 기술만으로 무언가를 이뤄가는 것이 가능할까. 재미있게도 지구에서도 그 예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첫 예시로 들만한 것이 바로 철기시대 철기 제조 기술이다. 고대의 대장장이들은 철기를 만들면서도 그 원리에 대해 알고 있지는 않았다. 경험적으로 온도를 올려 제련을 진행했고 이 기술 덕분에 인류 역사에 ‘철기시대’라는 이름이 박혔다.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를 바꾼 기술인 증기 기관도 이론보다 기술이 먼저 발명되었다. 증기 기관이 만들어지고 이 효율을 올리기 위해 연구에 들어간 과학자들이 열역학이라는 분야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 분야는 훗날 고전역학, 양자역학, 동역학, 통계역학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 진화하였다. 비행기의 원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어 비행한 이후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거대 비행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했을 때는 무슨 이유로 비행기가 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수많은 풍동 실험을 통해 체득한 결과였을 뿐이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결국 에리디언들이 이론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거기에 영화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 이론을 몰랐던 덕분에 연료를 훨씬 많이 가지고 와서 주인공과 로키가 생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역할까지 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로키와 그레이스 박사의 소통 방식은 현실적인가?

 에리디언과 인간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전혀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로키의 밥 먹는 장면을 보고 경악하는 그레이스 박사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작은 생활 습관까지 전부 다 다르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언어 체계도 매우 다를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소리의 패턴을 분석하여 단어를 알아내고 이를 이용하여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과연 외계 문명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이런 소통 방식을 쓸 수 있을까?

 전혀 다른 언어 체계가 만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외계 문명까지 가지 않고 지구 역사에서 찾아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에 도달했을 때 원주민과 자연스러운 소통은 당연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네덜란드인인 박연이 정착한 기록이 있다. 조선의 말과 네덜란드의 말이 통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을 썼을까.

 이런 공통점이 없는 두 언어 집단이 섞이면 중간적, 임시적 언어 체계가 형성된다. 이를 피진(pidgin)이라고 부른다. 피진 어의 특징은 단순한 문장구조를 가지고 어미 자음 탈락 및 단순화 현상을 보인다. 단순한 문장 구조라면 우리는 영화 속 로키의 대사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나쁨, 나쁨, 나쁨.“ / ”좋음. 나 잠.“ 등등 매우 간단한 단어 나열로 의사소통을 하는 로키다. 이는 일종의 피진 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작 중 두 사람의 의사소통은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서로 다른 문명의 만남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외계와 지구 내부 문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무리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같은 인간으로서 동일한 감각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계인의 경우 어떤 모습이고 어떤 감각기관이 발달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부분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때 추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외계와의 소통을 위해 과학자들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그 중심 열쇠가 바로 ’수학‘이다. 독일의 수학자 한스 프로이덴탈은 1960년, 외계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수학적인 구조를 이용하여 ’린코스 어‘라는 언어 체계를 설계했다. 먼저 자연수와 부호 체계를 알려주고 이를 이용한 논리 체계를 만든 후 대화가 가능한 언어로 이용하는 방식을 구상한 것이다.

프로이덴탈의 린코스 어 논문

 물론 이 린코스 어 역시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신체적, 문화적 간극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지는 확답할 수 없다. 다만 이미 외계와의 소통을 위해 전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할 거라 생각하는 수학을 이용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그레이스 박사 역시 서로의 소리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의사소통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당연하게도 작품 속에서는 그레이스 박사와 로키가 빠르게 주어진 임무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의사소통에 성공했지만 말이다.

 SF 영화는 우리의 일상과 조금은 동떨어진 공간과 시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로 다룬다. 디테일한 과학적 설정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멋진 경험을 전해줄 수 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는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여러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우주를 사랑한다면, 이 영화를 한 번 보는 것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Ryan Gosling stars as Ryland Gra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소니 픽쳐스 코리아 제공)

참고자료

  1. 앤디 위어 (강동혁 역). 2024. 프로젝트 헤일메리. RHK
  2. 프로젝트 헤일메리.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소니 픽쳐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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